쿠팡·네이버·알리 삼국전으로 재편된 한국 e커머스
서울회생법원이 11월 10일 위메프의 파산을 선고했다.
2010년대 초, ‘소셜커머스’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등장한 위메프는 불과 10여 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티몬/위메프/쿠팡’으로 불리며 한국 이커머스의 혁신을 상징했던 이름이다. 그러나 2024년 미정산 사태로 52만 명이 피해를 입고, 1조 5천억 원의 손실을 남긴 끝에 결국 법원이 회생 절차를 중단하고 파산을 확정했다.
이로써 한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 소셜커머스라는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었다. SNS 기반 공동구매, 친구 추천, ‘좋아요’ 마케팅으로 시작된 이 모델은 결국 자본과 인프라의 싸움에서 버텨내지 못했다.
티몬은 가까스로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어 재기를 모색 중이지만, 그것은 사실상 ‘브랜드의 명맥 유지’에 가깝다. 위메프는 더 이상 없다.
결국 살아남은 것은 쿠팡 단 한 곳이다.
그리고 그 승패를 가른 것은 ‘소셜’도, ‘마케팅’도 아닌 물류와 자본의 통제력이었다. 쿠팡은 초기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남들은 쿠폰을 뿌릴 때, 쿠팡은 창고를 지었다. 로켓배송과 풀필먼트로 대표되는 자기 완결적 물류 인프라는 한국 이커머스의 기준이 되었고, 결국 시장의 질서를 재정의했다. SNS로 유입된 트래픽보다 더 강력한 것은 배송의 신뢰성, 그리고 시간의 예측 가능성이었다.
이제 한국 e커머스 시장은 세 개의 거대한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쿠팡 대 네이버 제휴군, 그리고 알리동맹.
쿠팡은 물류 중심의 폐쇄형 플랫폼으로, 소비의 전 과정을 자사 생태계 안에서 완결시킨다. 반면 네이버는 데이터와 파트너십 중심의 개방형 플랫폼이다. 스마트스토어, 마켓컬리, CJ대한통운, 현대백화점그룹 등과 제휴를 통해 ‘연결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쪽은 물류를 장악하고, 다른 한쪽은 셀러와 소비자의 관계망을 통제한다.
그리고 제3의 축은 알리바바 계열의 글로벌 커머스 자본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낮은 가격과, ‘5일 배송’을 내세우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 e커머스가 알리 측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것은 단순한 자본 거래가 아니다. 한국 커머스 시장에 중국발 글로벌 물류 자본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결국,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시대는 끝났다.
11번가의 아마존 제휴, 지마켓/옥션의 신세계 매각, 위메프의 파산은 그 종언을 알리는 일련의 장면들이다. 남은 시장은 세 가지 질서로 재편됐다. 쿠팡의 속도, 네이버의 연결, 알리의 규모. 한국 커머스의 향후 5년은 이 세 축의 균형 싸움이 될 것이다. 거기에 다크호스로 온라인까지 확장하려고 하는 다이소와 올리브영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결국, 위메프의 파산은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 온라인 유통 구조의 변곡점이다.
쿠팡은 ‘생활 인프라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검색 기반 유통 생태계’로, 알리는 ‘초저가 글로벌 물류망’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소비자는 이 셋을 오가며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간편한 선택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자본의 집중과 생태계 종속이라는 또 다른 위험이 있다.
“이제 커머스의 본질은 판매가 아니라, 인프라다.” 쿠팡은 이를 증명했고, 위메프는 이를 놓쳤다. 그것이 소셜커머스의 종언이자, 플랫폼 자본주의의 완성이다.
비즈인사이트 칼럼니스트 yoian@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