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교체 권고 무시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불꽃으로 번지다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9월 26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전산실에서 불꽃이 튀었다. 작업자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옮기던 중 발생한 불꽃은 곧 화재로 이어졌고, 불길은 전산 장비를 덮치며 정부 주요 시스템 647개를 한순간에 마비시켰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전에 교체 권고가 있었던 노후 배터리를 방치한 결과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2014년 납품, 10년 보증 끝난 배터리

문제가 된 배터리는 2014년 8월 LG에너지솔루션이 납품한 제품으로, 보증 기간 10년을 이미 넘긴 상태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와 올해 정기검사에서 해당 배터리에 ‘정상 판정’을 내렸다며 사용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LG CNS가 점검 과정에서 “사용 연한 경과로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점검 내역서에는 일부 전압 차이로 인해 정상 범위를 초과하는 온도 편차가 발생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었다. 이는 명백한 위험 신호였지만, 결국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조사·관리업체·운영기관의 얽힌 책임

이번 화재는 제조사, 관리업체, 운영기관의 책임 구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납품한 제조사였고, LG CNS는 정기 점검을 맡아 교체 권고를 남겼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교체 여부를 결정할 권한과 책임은 국정자원에 있었다. 경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운영기관의 판단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시스템 647개 멈춘 국가적 충격

화재 직후 정부 전산망은 대규모로 마비됐다. 총 647개 시스템이 멈춰섰고, 이 가운데 45개만이 사흘 만에 복구됐다. 여전히 수백 개의 시스템이 정지 상태에 있으며, 국민이 사용하는 행정 서비스와 보안 시스템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단순한 전산 장애를 넘어 국가 운영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온 사건으로 평가된다.

권고에 머무른 제도, 강제력은 없었다

사건의 본질은 교체 권고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전산 인프라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사용 연한이 끝나면 즉시 교체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행 제도는 이를 강제하지 못한다.

결국 비용과 관리 부담을 이유로 교체가 미뤄지고, 위험은 방치된 채 쌓여온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