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까지, 한국 디지털 인프라의 반복된 경고음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소화수조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소화수조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재 한 번에 멈춰 선 행정, 국민 불편 직격탄

2025년 9월 26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정부 전산망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 주민등록 업무부터 우체국 금융·보험 서비스까지 동시에 마비되면서, 일상 생활의 뿌리부터 흔들렸다. 전국 곳곳의 창구 앞에는 업무가 지연됐다는 안내문이 붙었고, 온라인 민원 서비스도 줄줄이 멈췄다.

“AI 강국”을 외치던 정부의 허술한 안전 관리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기술 선진국이라는 슬로건보다 눈앞의 불편에 분노를 표출했다. 화재 원인은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데, 이는 이미 국내 IT 업계가 겪은 악몽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이었다.

2022년 ‘카톡 먹통’ 사태, 놓쳐버린 교훈

불과 3년 전인 2022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카카오톡 먹통’이라는 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당시에도 전원 장치 발화가 원인이었고,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멈추자 국민들은 공공 인프라 수준의 의존성을 체감했다.

사고 이후 카카오는 냉각·전력 설비에 AI 기반 이상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데이터센터 이중화 투자를 확대했다. 민간 기업은 뼈아픈 교훈을 비용으로 치르고, 기술로 재발 방지를 꾀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 전산망은 이 교훈을 흡수하지 못했다. ‘민간보다 더 엄격해야 할 국가 핵심 인프라’가 오히려 뒤처져 있었던 것이다.

민간과 해외는 AI 조기경보, 정부는 수동 관리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온도·전력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며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빅테크는 한발 더 나아가 운영자동화(AIOps)를 통해 냉각 효율을 최적화하고, 장애 확산을 예측해 사전에 대응한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애리조나주 구글 데이터센터에서는 AI가 전력 계통의 미세한 이상을 감지해 대규모 장애를 예방한 사례가 보고됐다. 반면 한국 정부 전산망은 여전히 서버와 스토리지를 중심으로 한 ‘수동 관리 체계’에 머물러 있다.

AI는 완벽한 방패가 아니지만, 대응의 ‘속도’를 바꾼다

물론 AI가 모든 화재를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처럼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후 대응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AI는 재난의 피해 규모를 줄이는 시간 싸움에서 핵심 무기”라는 것이다.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이상 신호를 잡아내고, 조기경보 확률을 높이며, 대응 시간을 단축한다. 완벽 방어가 아닌 ‘피해 최소화의 엔진’으로서 AI의 가치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허점, 지금이 바꿀 마지막 기회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전략의 일환으로 9천여 개의 공공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 시스템은 여전히 이중화가 미흡하다. 예산과 조달 절차가 경직돼 있어 민간보다 혁신 속도가 뒤처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 전산체계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경고음을 울린 사건이다. 민간의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AI 강국”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AI 시대, 정부 전산망부터 점검하라

2022년 카카오 먹통, 2025년 국정자원 화재. 두 사건은 한 가지를 똑같이 증명한다. AI 조기경보와 이중화 체계야말로 안전 관리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선, 더 이상 구호와 선언에 머물러선 안 된다. AI 기반 안전망으로 무장한 정부 전산망이야말로 진정한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출발점이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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