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HCI' 의 발전 방향은 결국 사용자가 만들어 간다.

XR 디바이스가 보급되고 있는 현재, 인간과 컴퓨터(소프트웨어) 간 상호작용의 방법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까? 최근 3년간 XR업계는 그야말로 대 격변의 시대였다. 애플의 애플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부터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스마트클래스까지, 우리가 십수 년 전부터 꿈꿔왔던 제대로 된 'AR디바이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다.

메타-레이밴 디스플레이 (출처: 메타 https://www.meta.com/kr/ai-glasses/meta-ray-ban-display/)
메타-레이밴 디스플레이 (출처: 메타 https://www.meta.com/kr/ai-glasses/meta-ray-ban-display/)

특히 애플이 선보인 애플 비전 프로는 UI의 인터랙션과 사용자 간의 소통 경험에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연동되는 앱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등장할 AR앱 들은 얼마나 다양한 상호작용 방식을 제시할까? 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지금 까지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상호작용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앱을 보면 발전 방향이 보인다.

사실 HCI(Human-Computer Interaction)의 관점으로만 보면 공감이 가지 않고 어려운 '미래의' 이야기다. HCI는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예시는 우리가 모바일 앱을 UI로 조작하는 것이 인간과 컴퓨터 간 소통(HCI)이다. 그렇기에 요즘 나오는 AI 앱과 SNS를 보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윤곽이 보인다.

최근 HCI 발전 방향에 대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생겼다. 바로 '카카오톡 업데이트'이다. 카카오톡은 9월 23일부터 순차적인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다. 주요 업데이트는 정말 '전 국민적' 이슈를 만들었고, 현시점 가장 핫한 주제이다. 카카오톡은 업데이트 전까지 '메신저'였다. 근데 지금은 '메신저와 SNS의 중간 그 어딘가'가 되었다.

물론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루머는 오래전부터 떠돌았지만 "설마 그렇게 바뀌겠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 누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한순간에 SNS로 바꿔버릴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카카오스토리의 추억을 잊지 못한 임원진의 작품인가 싶었다.

광고와 피드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고와 피드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메인화면에서는 사용자들의 '피드'가 보인다. 그 피드에는 광고도 대문짝만 하게 보이고, 프로필용 얼굴 사진도 대문짝만 하게 보인다. 카톡을 광고와 대문짝 만한 얼굴을 보려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 외 사용성에 중심을 둔 좋은 업데이트도 있긴 했다. 전송된 메시지 수정이나, 카톡방 그룹기능, 온디바이스 AI 카나나(Kanana)의 탑재 예고가 그 예시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세부적인 업데이트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카카오톡은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주고받는 말 그대로 '톡(Talk)'이 아니다. 첫 화면부터 원하지 않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광고'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더 복잡해진 UI에서 말이다. 이런 행태는 '메타'와 정 반대되는 행보다. 메타는 원래 페이스북 안에 있던 '페이스북 메신저'를 따로 '메신저' 단일 앱으로 분리시켜 가볍게 만들었다.

이 앱은 오큘러스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용성이 라이트 한 메신저로 기본 제공되고 있다. 이렇게 앱을 가볍게 만드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가 보급되고 사람들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이 일상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레드만 들어가도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알고리즘을 통해 마구마구 우리에게 주입시켜 준다. 그리고 그것이 SNS를 사용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헤엄치기는 그만!

근데, 메신저는 다르다. 우리는 다른 목적으로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나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메신저에 들어가는 것이지, 웹서핑 하려고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카카오톡이 정말 사용자와 미래를 보고 업데이트를 한다면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많이 보니까 그렇게 만들어야지"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오히려 좀 더 단순화된 UI를 선보이고, 카카오톡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 다양한 요소들을 AI 통해 사용자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현대인은 이미 정보의 바닷속 심해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 디바이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더 나아가서는 XR 디바이스에서 보이는 정보는 더욱 단순화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UI계층구조는 당연히 단순화하고, 필요한 정보만 전달할 수 있어야 사용자가 쾌적한 마음으로 컴퓨터와 상호작용 한다.

ChatGPT의 채팅창에 내가 질문했던 내용을 토대로 마치 네이버처럼 수많은 정보가 깔려있다고 생각해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네이버,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레드만 해도 충분하다.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사람들의 불평불만 가득한 반응은 단순히 익숙한 것에 대한 변화 때문이 아니다. 쾌적한 UI환경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만 골라 상호작용 하려는 권리에 대한 주장에 가깝다. 이러한 대목에서 XR 시대의 인간-컴퓨터 간 상호작용 방법은 지금보다 더욱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XR은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특유의 방식 덕에 디바이스가 널리 보급될수록 우리 일상에 더 많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메타-레이밴 디스플레이  UI (출처: 메타 https://www.meta.com/kr/ai-glasses/meta-ray-ban-display/)
메타-레이밴 디스플레이  UI (출처: 메타 https://www.meta.com/kr/ai-glasses/meta-ray-ban-display/)

그리고 예로 들었던 메타의 '메신저'처럼 목적에 충실한 UI, 터치, 드래그 같은 상호작용 방법이 직관적인 앱이 좋은 앱이 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복잡하고 과한 앱이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 XR글래스 앞에 카톡 피드가 열려있다면 사람들이 카톡을 사용할까?

HCI의 발전 방향은 사용자가 결정해야 한다.

업데이트된 카카오톡에 대한 반응은 이제 우리가 UI를 활용한 HCI에 많이 익숙해졌음을 보여준다. 어떤 게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좋은 앱인지 무의식적으로 분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앱 제작자가 제작의도를 사용자에게 관철시키는 것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카톡 업데이트를 계기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항상 의문을 제기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생산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XR 디바이스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우리의 삶을 훨씬 편안하고 윤택해질 것이 분명하다.

박찬호 칼럼니스트 parkchanho4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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