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의 두 얼굴.  이미지=챗GPT 생성
전문경영인 체제의 두 얼굴.  이미지=챗GPT 생성

카카오톡의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은 불과 일주일 만에 롤백을 선언하며 이용자 반발과 주가 급락이라는 후폭풍을 남겼고, 같은 시기 네이버는 창업자의 복귀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며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선장의 부재’에서 시작된 균열

2024년 여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구속되면서 회사는 본격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재판과 건강 문제로 복귀는 불투명했고, 2025년 3월 CA협의체 공동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그동안 카카오의 굵직한 의사결정은 김 의장이 “마지막 필터” 역할을 해 왔다. 광고 도입을 늦추거나 UI 개편을 점진적으로 조정한 것도 창업자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의 부재 이후 조직은 단기 성과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빅뱅 프로젝트’, 혁신인가 무리수였나

2025년 2월, 토스뱅크 출신 홍민택 CPO가 합류했다. 그는 카카오톡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을 ‘빅뱅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메신저 중심의 화면을 SNS 피드와 숏폼 위주로 재편하는 과감한 시도를 밀어붙였다.

정신아 대표는 투자와 M&A 분야에서는 경험이 풍부했지만 대규모 플랫폼 운영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제품 철학과 UX 판단은 신임 CPO에게 일임됐고, 내부의 반대는 “속도”라는 명분 아래 묵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고판이 된 친구탭, 이용자의 분노 폭발

9월 23일, ‘이프 카카오 25’ 무대에서 개편 발표가 나오자마자 순차적 업데이트가 시작됐다. 그러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방향은 부정적이었다.

친구탭이 피드형으로 변하자 “메신저가 광고판으로 바뀌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숏폼 전용 ‘지금탭’ 역시 카카오톡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일주일 만에 카카오는 “올해 4분기 중 친구 목록을 다시 첫 화면으로 되돌리겠다”며 부분 롤백을 선언했다. 같은 시기 카카오 주가는 6% 넘게 급락해 6만 원선이 무너졌고, 포털에는 “자동 업데이트 되돌리기”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이용자 이탈 조짐까지 나타났다.

야근 강요·포렌식 서약서, 내부까지 흔들렸다

논란은 UI 불편을 넘어 조직 운영 문제로 번졌다. 개편 전에는 과도한 근무 강요로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고, 개편안 유출 뒤에는 직원들에게 ‘포렌식 서약서’를 강제해 반발을 샀다.

이는 창업자가 있을 때 작동했던 ‘이용자 중심 철학의 브레이크’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네이버는 버티고 카카오는 흔들린 이유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하는 네이버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최수연 대표가 일상 운영을 맡는 동안, 창업자 이해진 GIO가 2025년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해 AI·제품 전략의 큰 그림을 조율했다. 전문경영인의 실행력과 창업자의 비전이 균형을 이룬 구조였다.

반면 카카오는 창업자 부재 속에 신임 CPO 주도의 ‘빅뱅식’ 개편을 강행했고, 그 결과 이용자 경험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차이가 지금의 극명한 성패를 갈랐다.

카카오톡 사태는 단순한 앱 업데이트 실패를 넘어 전문경영인의 리더십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드러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