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은 단순한 기능 변경을 넘어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와 김범수 창업자 부재의 후폭풍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23일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5’에서 대대적인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하며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출시 일주일 만에 이용자 반발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며 주요 기능을 다시 원상 복구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톡 개편은 메신저 본연의 역할보다 SNS화와 광고화에 치중하면서, 친구탭의 피드형 구조와 숏폼 전용 ‘지금탭’이 대표적 논란이 되었다. 그 결과 카카오 주가는 급락했고 ‘자동 업데이트 되돌리기’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UI 불편을 넘어 경영 철학과 리더십 공백을 드러냈다. 김범수 창업자는 “기술은 이용자의 삶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카카오톡 초기 광고 도입에도 신중했고, UI 개편도 점진적·미세 조정을 택했다. 하지만 올해 개편은 과감한 광고 삽입과 구조 개편에 치중해 창업자의 철학과는 결이 달랐다. 김범수 의장이 지난해 구속과 건강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올해 3월 CA협의체 공동의장 자리마저 내려놓으면서 카카오의 ‘선장 없는 항해’가 본격화된 것이다.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드러난 전문경영인의 한계도 논란을 키웠다.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 전문가인 정 대표는 서비스 운영 경험이 부족했고,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CPO 역시 대규모 이용자 기반 플랫폼 운영 경험이 미흡했다. 결국 실무진의 반발이 무시된 채 속도전만 강조되었고, 내부에서는 과도한 근무 강요와 포렌식 서약서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는 창업자 시절 강조되던 ‘자율과 신뢰’ 문화가 희미해진 현실을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의 장기 전략 부재다. 카카오는 최근 정부의 ‘국가대표 AI’ 사업에서 탈락하며 네이버와의 기술 격차가 부각되었다. 연구개발(R&D) 투자 방향을 제시할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단기 성과 중심의 의사결정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메타버스, 슈퍼앱 전략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소극적인 행보는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톡 개편 사태는 단순히 실패한 업데이트가 아니다. 그것은 김범수 부재 이후 드러난 카카오의 구조적 문제이자,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증명하는 사건이다. 냉정한 성과 압박 속에서 이용자 경험을 위한 열정이 실종되었고, 장기 비전 대신 단기적 수치가 의사결정을 지배했다. 카카오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 나서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철학을 복원하고, 새로운 리더십 아래 장기적 투자와 이용자 중심 전략을 되살려야 한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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