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대표의 발언, 카카오를 향한 것인가, 홍민택 CPO를 향한 것인가 논란

토스의 목표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는 이승건 대표  사진=연합뉴스

토스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카카오 내부 상황과 맞물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토스답게 일하는 문화의 핵심은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며, 실무자가 실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 구조가 토스의 성장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카카오 내부에서 불거진 개편 실패와 노사 갈등은 정반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조직 문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 업계에서는 사실상 카카오 직원을 향한 뼈 있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승건 대표의 페이스북 글.  이미지=이승건 페이스북 캡처
이승건 대표의 페이스북 글.  이미지=이승건 페이스북 캡처

카카오, 책임 없는 조직이 드러나다

지난달 카카오는 카카오톡 UI 대개편을 단행했지만, 사용자 불만이 폭주하면서 불과 며칠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지휘를 맡은 홍민택 CPO가 도마에 오르긴 했지만, 현업 직원들조차 “위에서 하라니까 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내부 증언이 이어졌다.

동시에 노조는 경영진의 강압적 방식(강제 포렌식 동의서 논란 등)을 문제 삼으며 갈등을 키웠다. 개편 실패 책임을 놓고 서로 눈치만 보는 동안, 내부 신뢰는 무너지고 ‘책임지는 직원이 없다’는 비판만 남았다.

토스가 강조한 DRI, 권한과 책임의 일치

이승건 대표가 언급한 DRI는 프로젝트마다 ‘한 명의 최종 책임자’를 지정해 의사결정·실행·결과를 일원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토스는 보고받는 임원이 아니라 실제 실무자가 회사를 대표해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곧, 실무자가 권한은 행사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카카오식 조직 문화와 정반대를 가리킨다.

실제로 토스는 작은 단위로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했을 경우 조직 전체가 공동으로 감수한다. 실패한 직원을 조롱하거나 외부화하지 않고, 원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덕분에 토스는 지난 2월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슈퍼앱을 넘어 일상 슈퍼앱’ 비전을 내놓았고, 올 상반기에는 매출 35% 증가와 반기 첫 흑자라는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 직원 문화와의 대비

카카오에서는 반대로, 실패가 발생하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임원은 강하게 개입하지만 실무자는 ‘지시받았다’는 이유로 방패막이를 한다. 기존 멤버와 새로운 멤버 간의 문화 차이로, 카카오스러움이라는 기존 소통의 문화도 작동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의 문화’만 자리잡았다. 

이승건 대표의 발언은 바로 이 점을 겨냥한다. “DRI가 없는 채로 임원의 강력한 의견 개진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악성 톱다운일 뿐”이라는 그의 말은, 사실상 카카오 직원들이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를 세우지 못한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속도의 조건,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가

토스와 카카오의 대조는 기업 문화가 단순히 경영진의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토스는 실패조차 ‘우리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반면, 카카오는 실패가 곧바로 ‘남 탓’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기업 창업자가 던진 문화적 메시지가 아니라, 한국 IT 업계 전체에 대한 질문이다. “당신의 회사에는 진짜 DRI가 있는가, 아니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 조직인가?”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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