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최대 업데이트, 화려한 무대 뒤의 냉랭한 반응
카카오톡이 지난 23일 ‘이프카카오 25’ 컨퍼런스에서 15년 만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카카오가 “AI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내세운 야심작이었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직접 무대에 올라 ▲대화 요약과 맞춤 정보 제공 AI 기능 ▲친구 탭의 타임라인화 ▲숏폼 영상 탭 신설 등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더 편리한 일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발표 직후 온라인에는 “카톡이 아니라 인스타그램·틱톡 짬뽕 같다”, “업데이트가 아니라 퇴보”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앱스토어에서는 자동 업데이트 차단 방법이 공유되며, 이용자 불만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흔든 ‘SNS식 UI’
이번 개편의 핵심은 UI(User Interface) 변화다. 친구 탭은 타임라인 형태로 바뀌어 프로필 변경 내역과 게시물이 피드처럼 노출된다. 좋아요·댓글·공유 기능까지 추가되며 사실상 미니 SNS로 변신했다. 기존 오픈채팅 탭은 숏폼 영상이 자동 재생되는 ‘지금 탭’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에 기대하는 가치는 단순하다. “연락 수단으로서의 편리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보다 광고와 콘텐츠 소비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적 성격을 강조했다. 이 간극이 바로 이번 논란의 불씨가 됐다.
내부 직원조차 고개 젓다
이용자 반발은 카카오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번 업데이트 절대 안 하겠다”는 카카오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업데이트는 홍민택 CPO의 1인 기획 작품”이라며 개발자들을 향한 비난을 말려 달라고 호소했다. 내부 구성원조차 ‘리더의 독단적 선택’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셈이다.
주가는 흔들리고, 증권가는 엇갈린 시선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개편안 공개 직후 카카오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이용자 반발이 수치로 직결된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대를 드러냈다. 숏폼 광고 지면 확장과 AI 기능 결합을 통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광고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의 사용자 기반은 글로벌 SNS 플랫폼의 10~20대가 아닌 30~40대 이상에 집중돼 있다”며 “관심사가 아닌 필요에 의해 맺어진 인맥 구조에서 SNS형 피드가 얼마나 소비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톡 개편, 왜 무리수로 비칠까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이후 ‘국민 메신저’라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며, 무료 음성·영상통화 기능으로 진화를 거듭했지만 본질은 늘 같았다. 빠르고 간편한 소통이었다.
이번 개편은 바로 그 본질을 흔든다. “카카오톡을 열면 친하지 않은 지인의 사진부터 봐야 한다”는 불만은 단순한 반발이 아니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에 기대하는 역할과 카카오가 추구하는 방향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는 신호다.
‘AI 혁신’의 탈을 쓴 독단적 모험
홍민택 CPO는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이용자와 직원 모두 낯설고 불편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AI와 숏폼을 무리하게 접목한 이번 시도는 ‘혁신’보다는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톡은 여전히 수천만 명이 매일 사용하는 필수 인프라다. 바로 그 이유로 더 보수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개편이 필요했다. 카카오가 놓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용자의 정서였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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