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카카오25에서 개편 내용을 발표 중인 홍민택 CPO. 사진=카카오 제공, 연합뉴스 
이프카카오25에서 개편 내용을 발표 중인 홍민택 CPO. 사진=카카오 제공, 연합뉴스 

카카오톡이 최근 단행한 친구탭 개편은 ‘격자형 피드’ 도입이라는 파격적 시도로 시작됐지만,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원상복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업데이트를 총괄한 홍민택 카카오 CPO가 장문의 사내 공지를 통해 배경과 방향을 설명했으나,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홍민택 CPO의 해명, “소셜 확장, 메신저 강화가 목표”

홍 CPO는 9월 29일 카카오 임직원 대상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방향을 ‘소셜 확장’과 ‘메신저 기능 강화’라고 밝혔다. 그는 격자형 피드가 카카오톡 본질을 흔드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상복구 과정에서 공식 사과문은 발표되지 않았고, 공지 지연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불러왔다.

불편 최소화 약속에도 이어지는 책임론

실제 이용자 반발은 거셌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카카오톡이 메신저 본질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실무진 반대를 무시하고 업데이트를 강행했다는 내부 폭로성 글까지 등장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홍 CPO의 리더십이 카카오 조직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특히 토스 출신인 그는 카카오의 내부 협업 툴을 아지트에서 슬랙으로 교체하고, 토스식 공지 체계를 도입한 인물로, 변화에 대한 내부 저항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와 현실의 괴리

홍 CPO는 트래픽과 다운로드 수 등 핵심 지표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이용자 불편을 체감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숫자보다 사용자 경험이 우선이라는 메시지와 실제 대응이 괴리된다”고 평가한다.

즉, 이용자가 느끼는 불편과 불신은 지표로 가려지지 않았으며, 카카오의 브랜드 신뢰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속도전식 혁신’과 ‘이용자 신뢰’의 충돌

이번 사태는 플랫폼 혁신을 둘러싼 리더십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빠른 의사결정과 강행은 혁신을 앞당길 수 있지만, 카카오톡처럼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민택 CPO가 강조한 소셜 확장 전략 자체는 장기적으로 카카오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향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부족, 내부·외부 반발, 공식 사과 부재라는 ‘조직·문화적 리스크’였다.

앞으로 카카오는 단순히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차원을 넘어, 이용자와의 소통 구조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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