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 GPT 탑재, 에이전틱AI, 자체 AI 카나나까지 총출동했지만…‘가능성’만 말한 발표, 시장은 싸늘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이미지=챗GPT 생성

기대감 컸던 이프카카오2025…‘슈퍼앱’ 선언으로 문 열다

카카오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2025’가 9월 23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개막했다. 카카오는 행사 첫날, 자사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AI 기반 슈퍼앱’으로 재정의하며 대대적인 기능 개편과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는 오픈AI와의 협업 결과물인 GPT-5 기반 챗GPT 탑재, 자체 AI 모델 ‘카나나’ 공개, 새로운 에이전트 생태계 ‘PlayMCP’ 론칭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번 발표는 최근 메타의 커넥트 행사에 이은 국내 빅테크의 대형 발표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며, 특히 GPT-5를 품은 카카오톡의 변화에 사용자들의 기대가 집중됐다.

카카오톡에 챗GPT 탑재…앱 설치 없이 바로 사용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 탭 상단에 ‘챗GPT’ 전용 탭을 신설하고, 사용자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바로 GPT-5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GPT-5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최신 멀티모달 모델로,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면 대화 요약, 콘텐츠 생성, 음악 추천, 일정 추가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카카오톡 내에서 GPT를 호출해 멜론, 선물하기, 카카오맵, 톡캘린더 같은 주요 기능을 AI를 통해 연결하는 구조로 구현돼, 메신저 이상의 ‘생활형 AI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AI 챗봇 ‘카나나’ 전면 등장…온디바이스 전략 강조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경량형 AI 모델 ‘카나나(kanana-nano)’도 공개했다. 1.3B 파라미터 규모의 소형 모델로, 클라우드가 아닌 스마트폰 단말기에서 직접 실행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속도와 개인정보 보호, 개인화 추천 기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나나는 사용자가 질문을 해야만 응답하는 수동형 챗봇이 아니라, 먼저 말을 걸고 선물 추천과 일정 관리를 제안하는 능동형 AI”라고 강조했다. 사용자는 챗GPT와 카나나 중 원하는 AI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에이전트 플랫폼 ‘PlayMCP’ 공개…모든 서비스를 연결한다?

카카오는 이날 자사 생태계 안팎의 서비스들을 연결하는 ‘PlayMCP’ 플랫폼도 함께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카카오 서비스뿐만 아니라 외부 API와 공공기관 서비스까지 연동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으로, 외부 개발자와 기업이 자체 AI 도우미를 만들어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GPT 속에 카카오 생태계를 넣는 동시에,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표에서는 툴 등록 방식, 검수 기준, 수익 배분 구조 등 구체적 운영 정책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실망감 남긴 현장…“딱딱한 발표, 창의성은 실종”

행사 당일 현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키노트 연설을 진행한 정신아 대표는 청중과의 상호작용보다는 미리 준비된 원고에 치중한 발표를 이어갔고, 일부 참석자들은 “카카오 특유의 위트와 감성이 사라진 무대”라고 평가했다.

실제 데모나 실시간 시연 없이 ‘가능성’ 중심의 설명이 반복되자, “이제 뭐가 되냐”는 사용자 시선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카카오톡의 핵심 기능 변화에 대한 소개는 있었지만, 적용 일정이나 실제 사용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GPT-4o를 능가한다’는 주장에 벤치마크는 없었다

특히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에 대해 “GPT-4o를 능가한다”는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비교 지표나 공식 벤치마크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카나나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2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발표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AI 옵션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각각의 기술적 성능과 차이점에 대해 보다 명확한 데이터 기반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반응은 냉담…카카오 주가 4.67% 하락

기술 업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금융시장은 카카오의 발표에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4.67% 하락했으며, 증권가에서는 이번 발표를 “명확한 매출 기반 전략 없이 비전만 제시된 미완의 선언”으로 해석했다.

AI 플랫폼 전환이라는 중장기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단기적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실행력과 수익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이제는 ‘작동하는 혁신’이 필요할 때

카카오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분명히 글로벌 흐름에 부합하며, 방향성 또한 옳다. 그러나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발표에서 보여준 내용이 실체보다 추상적인 ‘약속’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피할 수 없다.

‘이프카카오’의 if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뜻한다.

하지만 사용자와 시장은 이제 "무엇이 가능한가?"보다 "지금 무엇이 작동하느냐?"를 묻는다. 메신저를 넘어 AI 기반 생활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카카오의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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