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오픈AI와 협업해 ‘GPT 속 카카오 생태계’ 실현…자체 AI ‘카나나’와 이중 전략 병행

이프카카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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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이제 카카오톡 안에서 바로 쓴다

카카오는 23일 10시부터 시작된 ‘이프 카카오 2025’에서 카카오톡 채팅탭 상단에 챗GPT 전용 탭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사용자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챗GPT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콘텐츠를 생성하며, 생성된 결과를 대화방에 곧바로 공유할 수 있다. 적용되는 AI 모델은 오픈AI의 최신 GPT-5로, 고도화된 맥락 이해와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갖췄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대화형 생성형 AI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대화 중 명령을 내리면 GPT가 응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실생활을 지원하는 ‘AI 인터페이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GPT 속에 카카오 생태계 심는다’

카카오톡의 챗GPT는 단순히 지식을 묻고 답하는 도구를 넘어,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와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실행 가능한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 사용자는 GPT와의 대화 중 선물 추천을 요청하거나, 톡캘린더에 일정을 추가하고, 카카오맵으로 장소를 검색하거나, 멜론에서 음악을 추천받는 등 다양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유용하 카카오 성과리더는 “챗GPT 안에서 카카오 서비스들이 작동하도록 연결하는 것이 이번 협업의 핵심”이라며,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사용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프카카오25 첫날 행사 사회를 맡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유튜브

2025년 2월 협업 선언 이후, 실체를 드러낸 카카오의 ‘GPT 전략’

올해 2월, 카카오는 오픈AI와의 협력을 공식화하며 GPT 기반 생성형 AI 도입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카카오의 대응을 주목해 왔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처럼 구조가 보수적인 앱에 GPT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카카오는 단순 연동 수준을 넘는 플랫폼적 접근을 택했다. 챗GPT는 카카오톡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었고, 동시에 다양한 기능을 호출하는 핵심 허브로 자리 잡았다. 오픈AI의 인터내셔널 전략 담당자 올리버 제이는 “GPT가 카카오와 결합함으로써 단순 챗봇이 아닌, 일상생활을 바꾸는 AI 경험이 구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체 AI ‘카나나’로 경량화 전략 병행

카카오는 외부 대형 모델 도입과 병행해, 자체 경량화 AI 모델인 ‘카나나(Kanana)’도 이날 행사에서 공개했다. 1.3B 파라미터 수준의 초소형 온디바이스 AI인 카나나는 클라우드가 아닌 스마트폰 내부에서 직접 작동한다. 속도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장점을 갖춘 이 모델은 단체 대화방 요약, 일정 추천, 선물 제안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정신아 대표는 “카나나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먼저 말을 걸고 사용자의 일정을 챙기는 주도적 AI”라며, “카카오톡 안에서 GPT를 선택할 수도, 카나나를 사용할 수도 있는 유연한 구조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용자의 기기 환경, 프라이버시 우려,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권을 부여하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정신아 대표가 카나나 커뮤니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유튜브
정신아 대표가 카나나 커뮤니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유튜브

카카오톡 UX, AI 기반으로 대대적 개선

카카오톡의 사용자 경험도 대폭 개선된다. 새로운 폴더 기능을 통해 최대 10개의 폴더에 100개까지 채팅방을 정리할 수 있으며, 단체방의 수백 개 대화를 요약해주는 AI 요약 기능이 적용된다. 특히 사용자가 메시지를 수정할 수 있는 ‘말풍선 수정’ 기능이 도입돼, 오타나 잘못 보낸 메시지를 쉽게 수정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공유된 사진을 기반으로 숏폼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고, 프로필로 바로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선보였다. 이는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콘텐츠 허브이자 개인화된 일상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PlayMCP’, 외부와 연결된 AI 생태계의 출발점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톡을 뛰어넘는 플랫폼 확장 전략의 핵심으로 ‘PlayMCP’를 소개했다. 이 플랫폼은 카카오 내부 서비스뿐만 아니라 외부 API, 공공기관 서비스까지 연결 가능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이다. 개발자와 기업은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제작하고, 카카오 생태계와 연동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GPT와 자체 AI를 활용한 다양한 AI 서비스들이 카카오 플랫폼 안팎에서 개발되고, 확장되는 구조를 실현하려 한다. 이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구글 에이전트 API 등과 경쟁하는 카카오만의 오픈형 생태계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톡 기능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사진=카카오 유튜브

‘카톡 해’가 아니라 ‘AI에게 말해’…카카오, AI 생활 플랫폼으로의 도약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가 아니라, 카카오가 메신저 플랫폼에서 AI 중심 생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챗GPT는 단지 한 기능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 생태계 전체를 호출하는 인터페이스로의 진화를 예고했다.

향후 카카오는 카카오톡뿐 아니라 금융,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공공서비스까지 AI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가 이프 카카오 2025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가능성은 톡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제 톡은 메신저가 아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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