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기준 안드로이드 앱마켓 커뮤니케이션 부문 인기 앱 순위에서 라인이 1위, 텔레그램이 2위, 네이트온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안드로이드 앱마켓 커뮤니케이션 부문 인기 앱 순위에서 라인이 1위, 텔레그램이 2위, 네이트온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SNS’로 변신 시도하다

카카오톡은 지난 9월, 오랫동안 유지해온 친구 목록 방식을 전격적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가나다·ABC’ 순으로 친구들이 리스트업됐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 친구의 프로필 사진·동영상·상태글이 피드형 인터페이스로 노출됐다.

광고 배너까지 덧붙여진 새로운 구조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이를 두고 “메신저의 진화, AI와 SNS 결합”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용자들의 체감은 정반대였다.

“부장님 일상은 보고 싶지 않다”…폭발한 불만

변화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불만이 쏟아졌다.

“부장님 점심 사진까지 큼지막하게 봐야 하나”, “메신저는 연락만 하면 되는데 왜 피드냐”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순식간에 ‘쉰스타그램(쉰내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었다.

이용자 불만은 곧 다운로드 순위 변동으로 이어졌다. 9월 21일 애플 앱스토어 139위에 머물던 네이트온은 불과 사흘 뒤 70위로 급상승했고, 26일에는 1위를 기록했다. 라인 역시 동반 상승하며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네이트온·라인, 부활 신호탄 쏘다

한때는 구시대 유물처럼 여겨졌던 네이트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직장인들의 필수 메신저였던 네이트온은, 카카오톡의 등장 이후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오랜만에 1위 자리를 되찾으며, ‘메신저 부활 신화’를 쓰고 있다.

라인 역시 반사이익을 누렸다. 일본과 동남아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라인은 한국 시장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왔지만, 이번 업데이트 논란 덕분에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카카오톡, 결국 ‘백기 투항’

급격한 민심 이탈에 카카오는 9월 29일,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기존 친구 목록 방식을 되돌리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는 카카오톡이 단순 메신저 정체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네이트온·라인 열풍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2014년 검열 논란 당시 텔레그램으로,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 라인과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있었지만, 결국 사람들은 다시 카카오톡으로 복귀했다.

반복되는 ‘카톡 탈출’ 드라마, 이번엔 다를까

카카오톡은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국민 메신저’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류나 외부 요인이 아니라, 카카오가 직접 선택한 방향성이 불러온 반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락을 편하게 하고 싶다”는 기본 욕구와 “광고·콘텐츠를 보여주고 싶다”는 플랫폼 비즈니스 욕구가 충돌한 순간, 이용자들은 망설임 없이 대체재를 찾았다.

네이트온과 라인의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카카오톡의 미래 전략에 경고음을 울린 신호탄이 됐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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