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식 속도전 vs 카카오식 자율, 조직문화 충돌이 부른 참사

자율과 속도를 강조하는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진 카카오와 토스.  이미지=챗GPT 생성
자율과 속도를 강조하는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진 카카오와 토스.  이미지=챗GPT 생성

“이프카카오 2025”의 화려한 무대

지난 9월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 카카오의 연례 행사인 ‘이프 카카오 2025’ 무대 위에 홍민택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섰습니다.

“카카오톡이 새롭게 바뀝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출시 14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다는 발표였죠. 친구 목록을 전화번호부형에서 인스타그램식 피드 구조로 바꾸겠다는 내용은 “이제 카톡도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한다”는 카카오의 의지를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무대 뒤에서는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한 주 만에 ‘백기투항’

새로운 카톡은 곧장 이용자들의 혹평에 직면했습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별점 1점 리뷰가 쏟아졌습니다.

“도대체 왜 바꾼 거죠?”

“카톡이 인스타 흉내내는 게 혁신인가요?”

불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카카오는 결국 일주일 만에 기존 친구 목록을 원상 복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대적인 혁신은 초라한 퇴장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반대에도 강행했다”

사태가 일단락되나 싶었지만, 곧 내부에서 폭로가 터져 나왔습니다. 카카오 직원 인증 계정을 통한 고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겁니다.

그 글에는 “실무진의 반대에도 경영진이 업데이트를 강행했다”는 주장과 함께, 과중한 민원 처리, 브랜드 신뢰도 추락, 경영진 독주에 대한 불만이 적나라하게 담겼습니다.

복수의 카카오 임직원은 “사용자 테스트(UT)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모두 개선 요구를 했지만 묵살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책임론의 중심, 홍민택 CPO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홍민택 CPO였습니다.

1982년생인 그는 토스에서 기발한 금융상품을 쏟아내며 ‘토스 신화’를 일군 주역이자 토스뱅크 CEO를 역임한 인물입니다. 젊은 나이에 은행을 흑자로 전환시킨 경력으로 2024년 카카오에 영입됐습니다.

그러나 입사 직후부터 토스식 조직문화 이식이 잡음을 불렀습니다.

▶토스식 조직 재편과 보고 체계 도입 ▶카카오 공식 업무용 메신저(슬랙) 배제 ▶토스 출신 ‘낙하산 인사’ 의혹 ▶직원 대상 강압적 발언과 휴대전화 포렌식 서약 강요

노조는 내부 감사 필요성을 제기했고, 직원들은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카카오 vs 토스, 다른 DNA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두 조직문화의 충돌을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됩니다.

카카오식 수평적이고 자율적, 장기적 신뢰와 브랜드 친밀성을 중시하는 문화와 토스식 속도와 성과 중심, 강력한 리더십과 실행력 강조하는 문화가 정면 충돌한 겁니다.

토스에서는 ‘빠른 실행’이 혁신을 낳았지만, 생활 인프라가 된 카카오톡에서는 오히려 ‘사용자 반발’과 ‘내부 붕괴’를 초래했습니다.

혁신이냐, 신뢰냐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카카오에게 혁신을 원하지만, 그 혁신은 카카오만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인스타그램을 흉내내는 변화는 혁신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쏟아졌습니다.

“창업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성과만 좇다가는 조직도, 브랜드도 무너질 수 있다.”

카카오 임직원의 이 말은 현재 카카오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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