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퍼블리카가 글로벌 로펌 선임과 정관 개정을 완료하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번 행보는 국내 핀테크 업계가 ‘한국 증시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스 로고.
토스 로고.

■ 토스, 나스닥행 ‘가속페달’…정관 개정·글로벌 법률 파트너까지 완료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했다. 지난 10월 말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문 상호 Viva Republica Inc.를 추가하고, 슬랙(Slack) 테크놀로지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앨런 심(Alan Shim)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심 전 CFO는 슬랙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총괄한 인물로, 글로벌 IPO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부터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에는 미국 대형 로펌 커클랜드앤드엘리스(Kirkland & Ellis)를 법률 자문사로 선임하며 상장 준비를 마무리 단계에 올려놓았다. 이는 단순한 검토가 아닌, 사실상 ‘상장 확정 수순’으로 보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급할 것 없다”는 토스…국내보다 해외서 가치 인정받는다

업계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증시 저평가 리스크’를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분석한다.

국내 주요 핀테크 기업들이 상장 후 주가 부진을 겪은 반면, 미국 나스닥은 핀테크·플랫폼 기업의 성장성을 적극 평가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비바리퍼블리카의 2·3대 주주인 알토스벤처스(8.53%)와 굿워터캐피털(5.36%)은 모두 실리콘밸리 기반 장기투자 VC로, 단기 회수보다 글로벌 평가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다. IB 관계자는 “토스 주주는 국내 상장으로 급히 현금화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원했다”며 “이는 한국 핀테크가 글로벌 무대로 도약할 첫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0조 원 기업가치 ‘청신호’…흑자 전환으로 실적 자신감

토스의 예상 상장 가치는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22년 투자 유치 당시 이미 9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고, 올해 상반기에는 105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첫 흑자 구간에 진입했다.

또한 싱가포르에 중간지주사 토스글로벌(Toss Global)을 설립하고, 호주 법인 ‘토스 오스트레일리아’를 출범시키는 등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확장 중이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해외 상장이 아니라, ‘글로벌 핀테크 인프라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의미한다.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토스가 결제·송금 중심 플랫폼에서 글로벌 디지털 뱅킹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핀테크 생태계에 던지는 ‘신호’…네이버·두나무도 촉각

토스의 움직임은 국내 핀테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업계는 ‘제2의 나스닥 도전’을 점치고 있다.

합병 법인이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에 진출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IPO(기업공개)가 가장 현실적인 자금 조달 경로다.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FI(재무적 투자자)들도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증시의 한계와 규제 환경을 감안하면,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주요 플랫폼 금융사들도 ‘해외 상장 카드’를 본격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 국내 핀테크의 분기점…‘한국판 페이팔’의 글로벌 시험대

토스의 나스닥 상장은 한국 핀테크 산업에 “국내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국 시장의 규제, 낮은 밸류에이션, 투자자 유동성 제약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검증받겠다는 선택은 국내 스타트업들에게도 상징적이다.

만약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토스는 ‘한국판 페이팔(PayPal)’을 넘어선 글로벌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IPO가 아니라, 한국 핀테크의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 실험이며, 그 결과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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