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변화와 혁신 시대
Episode 2. 인문학과 테크놀로지의 교차점

세계 최고의 프로덕트 오너로 손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2011년 아이패드2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걸린 프레젠테이션 화면에는 두 갈래 길 표지판이 있었다. ‘기술(Technology)’로 가는 길에는 600이라는 숫자가, ‘인문학(Liberal Arts)’으로 가는 길에는 15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그의 진의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단순히 기술보다 인문학이 더 길고 중요하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강조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에 대한 애정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만약 소크라테스와 함께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과도 기꺼이 맞바꾸겠다.”라고 말했으며, 또 “기술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예술과 인문학과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들이 기술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라고 말하며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거듭 설파했다.

이러한 철학은 애플의 제품 곳곳에 녹아 있다. 잡스는 제품의 모든 기능에는 반드시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터치 스크린을 도입했으며, 경쟁사들이 기능을 계속 추가할 때 오히려 불필요한 기능을 덜어내어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는 곧 애플 매니아층을 형성하게 했고,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1세기와 함께 2010년대를 지나며,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이 대표하는 기술은 아날로그가 지닌 인문학적 감성과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디지로그(Digilog)’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불리게 되었다.

디지로그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단순한 공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패러다임을 뜻한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수 없다는 깨달음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좋은 디지털은 반드시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주류가 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의 아이콘 이어령 교수는 2006년에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측하고 “디지로그”란 책을 출간하였고 그 책의 내용에는 이러한 문구가 들어 있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한국인들은 시루떡을 돌리는 방법으로 온 동네에 정보를 알렸다. 디지털 정보는 컴퓨터 칩을 타고 오지만 시루떡 아날로그 정보는 꼬불꼬불한 논두렁길을 타고 온다. 그래서 그것은 화려한 106화음이나 음침한 진동음으로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와는 다른 정취가 있다. 먼 데서 짖던 동네 개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사립문 여는 소리로 바뀌면 시루떡에 실려 온 정보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인터넷 시대의 디지털 정보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아파트의 생활이 황량 할수록, 따듯하고 행복한 시루떡 돌리기와 같은 아날로그 정보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이따금 우리는 어린 시절에 듣던 “웬 떡이냐”의 환청을 듣는다.”

이어령 교수는 디지털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는 분리된 게 아니라 서로 어울리는 것이라 말하면서 인간과 비생명, 유물과 유신, 흑과 백 등과 같이 이항으로 대립된 세상을 이어주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면서 인터넷과 현실의 갭이 무너지면서 서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하는 것이라 피력하였다.

그는 디지로그는 그저 공존의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개념과 이념을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결국 두 세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통찰은 스티브 잡스가 말한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과 같은 맥락에 있다. 결국 과학과 예술, 이성과 감성이 만나야 비로소 최고의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김대일 칼럼니스트 kdihero@naver.com

[필자 약력]

현)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전) AIA 생명 Chief Technology & Operation Officer / 부사장

MetLife 생명 Chief Information & Operation Officer / 전무

BNP Paribas Cardif 생명 Chief Information Officer / 상무   

한국 Unisys  Global Industry Service 사업 본부장 / 상무 

한국 HP  기술 컨설팅 사업 본부 / 수석 컨설턴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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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전) AIA 생명 Chief Technology & Operation Officer / 부사장 MetLife 생명 Chief Information & Operation Officer / 전무 BNP Paribas Cardif 생명 Chief Information Officer / 상무    한국 Unisys  Global Industry Service 사업 본부장 / 상무  한국 HP  기술 컨설팅 사업 본부 / 수석 컨설턴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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