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변화와 혁신 시대
Episode 3. 창조적 파괴, 패러다임 시프트

변화와 혁신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틀 속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조직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방식, 문화, 가치체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필요하다. 이렇게 기존의 관행을 해체하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판을 바꾸는 것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한다.

이 용어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창조와 파괴라는 상반된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혁신적 측면과, 그 과정에서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이 사라지는 파괴적 측면 모두가 시장경제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즉, 혁신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며, 창조와 파괴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빅테크 회사들은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개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의 기술 혁신을 이룬 것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라는 거대한 앱 생태계를 건설해 기존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소비 패턴을 창조해 냈다.

앱스토어는 애플의 응용 소프트웨어 가게라는 의미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앱스토어 등록할 수 있고 사용자는 또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전혀 새로운 소프트웨어 유통 시장과 스마트폰의 창조이자 기존의 소프트웨어 유통 산업 및 셀룰러 폰 시장의 파괴를 의미한다.

애플과 비슷하게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가입자수 3억 명을 돌파한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는 전 세계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창조했으나 기존의 디스크 대여 산업 및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을 파괴시키면서 관련 회사들을 모두 넷플릭스화(Netflixed) 되도록 했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처음에는 온라인 DVD대여점으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대여점이라고 해서 매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DVD 대여 신청을 하면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반납을 할 때도 넷플릭스가 제공한 봉투에 DVD를 담아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되도록 하였다.

이렇듯 넷플릭스의 대여 서비스는 기존 DVD 대여점과는 달리 연체료가 없었고 월 정액 요금을 내면 DVD를 무제한으로 빌려 볼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했으며 2007년부터는 구독자들에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 인구의 1/3이 넷플릭스를 보게 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대 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러면 넷플릭스는 어떻게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넷플릭스가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한 창조적 파괴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넷플릭스의 창조적 파괴는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에 의해 실행되었으며 그의 이런 리더십은 지금의 넷플릭스가 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사실 넷플릭스는 리드 헤이스팅스가 만든 첫 번째 회사가 아니다. 그는 넷플릭스를 만들기 전에 퓨어 소프트웨어라는 벤처 회사를 만들었는데 당시 그는 다른 벤처 회사와 마찬가지로 규정과 제도의 준수보다는 벤처 회사답게 미래를 향해 약진하는 회사를 만드는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져 감에 따라 경비 사용 기준이 모호해지자 직원들이 하룻밤 출장비로 수백 달러를 쓰는가 하면 고가의 사치스러운 사무실 의자를 구매하는 등 전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이를 규제하려는 회사의 규정은 하나둘씩 늘어만 갔고 리드 헤이스팅스는 직원들의 참신한 발상과 발 빠른 변화 대신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의 준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즉, 관리가 혁신을 저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퓨어 소프트웨어는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1997년 경쟁사에 매각되었다.

이런 실패를 딛고 리드 헤이스팅스가 새로 만든 회사가 바로 넷플릭스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퓨어 소프트웨어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마침내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그것은 바로 “규칙 없음(No Rules!)”라는 기존 관리 체계에 대한 창조적 파괴이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인센티브 없음”이다. 넷플릭스는 연봉만 있고 인센티브가 따로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너스에 큰 관심을 갖게 되면 일에 대한 창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회사가 채택하는 인센티브 방식을 없앴다.

예를 들어 기본 연봉 20만 불에 개인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15%를 제공하여 개인 최대 23만 불을 지급하는 회사가 아니고 아예 기본 연봉 23만 불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인센티브에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하라는 취지이다.

이에 대한 리드 헤이스팅스의 철학은 확고하다.

“회사를 최고의 인재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최고의 인재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고 업계 최고가 되도록 연봉을 계속 인상해 주는 것”이라고 그는 단호히 말한다.

넷플릭스의 두 번째 “규칙 없음”은 “출장 및 경비 승인 없음”이다.출장 및 경비 승인에 대한 규정은 아래 단 한 문장 밖에 없다고 한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하라.”

예를 들어 직원이 출장을 갈 때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은 넷플릭스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직원이 다음 날 아침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야간 비행을 해야 할 때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이 회사에 이득이 된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이 직원이 비즈니스석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하여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하는 것은 회사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런 맥락을 제시한다고 한다. 그는 신입사원들에게 만일 여러분이 하는 선택이 넷플릭스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넷플릭스의 그 누구라도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를 지키는데 시간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것이야말로 혁신적인 직장을 만드는 창조적 기운을 없애는 것이라 말하며 이 규칙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은 “휴가규정 없음”이다.

넷플릭스는 하루에 8시간 일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16시간 일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도 직원이 하루에 몇 시간 일을 하는지에 대해 관리를 하지 않는다.

이에 어느 직원이 회사에 질문을 했다. “우리는 야간에 온라인 미팅도 하고 주말에 집에서 이메일 작성도 합니다. 그런데 누가 몇 시간 일을 했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데 왜 휴가는 누가 일 년에 며칠 가는지는 회사에 알려야 하나요?” 이 질문을 받은 리드 헤이스팅스는 휴가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사전 승인 없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휴가를 사용하도록 했고 담당 매니저도 전혀 누가 언제 며칠의 휴가를 사용하는가에 관한 관리를 하지 말도록 지시하였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규정을 없애니 관료주의적 풍조가 사라졌고 휴가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던 하던 행정비용도 절감되었으며 특히 직원들이 회사가 나를 믿고 신뢰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관리에 대한 창조적 파괴는 다른 창조적 파괴와는 다르게 창조로 인한 행복만 있고 파괴로 인한 고통은 없는 아주 이상적인 창조적 파괴가 아닐까 생각된다.

김대일 칼럼니스트  kdihero@naver.com

[필자 약력]

현)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전) AIA 생명 Chief Technology & Operation Officer / 부사장

MetLife 생명 Chief Information & Operation Officer / 전무

BNP Paribas Cardif 생명 Chief Information Officer / 상무

한국 Unisys Global Industry Service 사업 본부장 / 상무

한국 HP 기술 컨설팅 사업 본부 / 수석 컨설턴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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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전) AIA 생명 Chief Technology & Operation Officer / 부사장 MetLife 생명 Chief Information & Operation Officer / 전무 BNP Paribas Cardif 생명 Chief Information Officer / 상무    한국 Unisys  Global Industry Service 사업 본부장 / 상무  한국 HP  기술 컨설팅 사업 본부 / 수석 컨설턴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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