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GPU ‘블랙웰(Blackwell)’을 자국 중심으로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한국이 이미 확보한 26만 장의 공급 계약이 영향을 받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외신과 정부 모두 “한국 물량은 계획대로 선적 중”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최첨단 칩은 미국만 갖는다”…발언 이후도 선적 계속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2일(현지시간)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 기업만 사용할 수 있게 할 것(We will not let anybody have them other than the United States)”이라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가 올해 3월 공개한 AI GPU ‘GB200 그레이스 블랙웰’ 시리즈의 해외 공급을 사실상 제한하겠다는 발언이다.
그러나 트럼프 발언 직후에도 엔비디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을 포함한 일부 동맹국으로의 출하를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트럼프 발언 다음 날에도 엔비디아 칩의 해외 선적이 진행됐다”며 “한국으로의 GPU 공급도 민간 약속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외교적 메시지 차원에서 “정치적 발언과 상업적 계약은 별개”라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블랙웰 26만 장 확보…AI 인프라 전환 ‘전략 자산’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네이버클라우드 등이 확보한 엔비디아 GPU 물량은 총 26만 장 규모로, 이 중 상당수가 GB200 블랙웰 및 RTX 6000 시리즈로 추정된다.
AP통신은 “한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국가 AI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공급 물량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이 ‘반도체 제조 강국’에서 ‘AI 인프라 강국’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초거대 언어모델(LLM) 훈련과 생성형 AI 산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 중인 상황에서, GPU 공급은 전략 자산이자 경제적 지렛대 역할을 한다.
“수출 금지”는 선언적 발언, “한국 공급”은 이미 허가
트럼프의 ‘수출 금지’ 발언은 정책 결정 이전의 정치적 메시지로, 실제 제재 시행을 위한 행정명령이나 상무부(BIS) 규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로이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행 블랙웰 물량은 이미 수출허가를 취득한 상태이며, 일부 물량은 내년 1분기부터 인천항을 통해 반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공급분이 차단된다”는 주장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다만, 향후 미국의 국가안보 기준 강화 시 “가장 성능이 높은 버전(B200)” 일부가 제외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젠슨 황 “동맹국 AI 생태계와 함께 간다”…수출 제한 완화 신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AI의 진정한 발전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은 이미 중요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엔비디아가 동맹국 대상 수출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자사 투자자 공시(IR)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명시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내 생산-동맹국 내 운용’ 구조를 제도권 내에서 정착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 리스크는 남지만 공급 중단은 없을 것”
현재 외신 다수는 “트럼프 발언이 실제 수출 금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로 엔비디아의 매출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한국·일본·대만이 AI 칩 수요의 핵심 허브라는 것이 손꼽히고 있다. 즉, 정치적 긴장감은 존재하지만 실질적 공급 중단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안을 “동맹국 간 기술공유의 범주 내에서 정상 이행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결국, 한국이 확보한 26만 장의 엔비디아 GPU는 단순한 반도체 물량이 아니라,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주 무대에 ‘한국이 탑승했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정치적 변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공급망의 축이 이미 형성된 이상 이번 계약은 AI 인프라 시대에 한국이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 엔비디아 GPU 10만장 ‘AI 팩토리’ 효과…삼성 수율 개선·SK 캐파 확장 가속
- “한국, 피지컬 AI의 테스트베드 된다”...하정우 수석 “엔비디아, 韓 제조 DNA와 결합해 산업 패러다임 전환”
- AI 인프라 전쟁, 한국이 전장 한복판에 섰다
- “삼성·하이닉스 둘 다 필요하다”…젠슨 황의 ‘양손잡이 AI 전략’, HBM4 이후까지 간다
- 현대차그룹 × 엔비디아, 피지컬 AI로 ‘움직이는 지능’을 만든다
- 엔비디아, 韓에 GPU 26만장 공급…삼성·SK·현대차·LG·네이버, ‘AI 산업혁명’의 동맹으로 뭉쳤다
- 엔비디아, 한국 AI 잠재력 집중 조명… “GPU 26만대 보유, AI 중심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