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초로 ‘피지컬 AI(Physical AI)’ 산업 전환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26만 장 규모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한국에 공급하며, 제조 강국의 인프라 위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시선, 왜 한국인가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11월 3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한국을 시작점으로 피지컬 AI 산업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며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재작년부터 피지컬 AI 분야를 준비해왔다. 투자 회수와 성공 사례가 필요한데, 한국은 제조 경쟁력과 AI 기술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드문 국가”라고 분석했다.
하 수석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은 소프트웨어는 강하지만 공장이 약하고, 독일은 제조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약하다. 그러나 한국은 두 부분 모두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즉, 한국은 AI 반도체·로봇·자동차·스마트팩토리 등 ‘지능형 제조’의 전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테스트베드라는 것이다.
피지컬 AI, 공장과 로봇을 연결하는 산업의 신경망
‘피지컬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계산하는 디지털 AI를 넘어, 로봇·자율주행차·공장 자동화 기기 같은 물리적 장치가 인간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 체계다.
AI가 온라인에서 현실 세계로 이동하면서, ‘공장 = AI의 신경망’으로 재해석되는 시점이 열린 셈이다.
하 수석은 “AI가 물리 세계로 나오면서 공장에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피지컬 AI는 공장과 제조 시스템이 정교한 나라에서만 제대로 구현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자동차·로봇 제조 역량이 AI와 융합되며, ‘스마트 팩토리 2.0’으로 진화하는 구체적 계기를 의미한다.
AI 인프라 확충, 인재 유출 막는 ‘국가 GPU 전략’
이번 GPU 대규모 공급은 단순한 하드웨어 계약이 아니라 국가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 전략으로 평가된다.
하 수석은 “AI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GPU 접근성 문제였다”며 “국내에서도 충분히 연구·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꼬여 있던 실타래의 매듭 하나를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가 AI 클라우드 센터 및 산업별 AI 테스트베드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연구 인프라 격차를 좁히고, 대학·스타트업·대기업 간 공동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초석이 될 전망이다.
한국형 피지컬 AI의 산업 전환 시나리오
| 전략축 | 주요 내용 | 기대 효과 |
| 산업 인프라 혁신 | GPU + 로봇 + 제조 데이터 통합 | 생산성 · 품질 · 자동화율 동시 향상 |
| AI 인재 리텐션 | GPU 접근성 향상 + AI 연구 허브 구축 | 인재 해외 유출 방지 · 국내 AI 생태계 강화 |
| 글로벌 파트너십 | 엔비디아 · 현대차 · 삼성 · LG 등과 협업 | 한국형 피지컬 AI 모델 수출 기반 |
| 정책 연계 | 정부 주도의 AI 산업기반 강화 전략 | 국가 차원의 산업 전환 가속화 |
제조국가에서 피지컬 AI 국가로
한국은 지금, ‘AI가 산업을 바꾸는 첫 번째 현장’이 되고 있다.
AI가 로봇과 기계에 스며드는 순간, 공장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지능형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하정우 수석의 말처럼 “AI 전환으로 제조 경쟁력을 높이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생긴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과 정부의 AI 정책이 맞물릴 때, 한국은 ‘제조 강국’을 넘어 ‘피지컬 AI 중심국가’로 산업의 좌표를 새롭게 쓸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 [테크브리핑] 트럼프 “엔비디아 블랙웰 칩, 미국만 써야”… 韓 26만 개 공급 발표와 정면 충돌
- 엔비디아, 韓에 GPU 26만장 공급…삼성·SK·현대차·LG·네이버, ‘AI 산업혁명’의 동맹으로 뭉쳤다
- AI 인프라 전쟁, 한국이 전장 한복판에 섰다
- [분석리즘] 뉴로메카, ‘피지컬 AI’로 산업을 재설계하다
- 엔비디아, ‘피지컬 AI’로 산업 혁신 시대 연다…“SK텔레콤, AI 네이티브의 모범”
- [테크브리핑] “엔비디아 GPU 공급 약속대로 이행"…트럼프 ‘수출 차단’ 발언에도 한국행 블랙웰 물량은 유지될까
- 젠슨 황 “엔비디아 최신 AI칩, 중국 수출 논의 없다”…미·중 기술패권 갈등 속 ‘블랙웰’ 발 묶였다
- [비즈인사이트] 현대차그룹 125조 투자 “미래는 한국에서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