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AI칩 보호주의’를 선언하며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을 미국 전용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젠슨 황 CEO는 불과 며칠 전 한국 기업들에 대규모 공급을 확약했다. 글로벌 AI 패권의 긴장선이 한반도까지 번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EPA,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EPA, 연합뉴스

“최첨단 블랙웰 칩은 미국 기업만”…트럼프의 ‘AI 기술 방어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2일(현지시간) CBS ‘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진보된 AI 칩은 미국 외 누구에게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은 오직 미국 고객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첨단 반도체 수출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기존 ‘중국 한정 수출규제’보다 한 단계 강화된 조치로, 동맹국까지 포함하는 글로벌 기술통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인터뷰는 트럼프 행정부가 AI 칩에 대해 더 강경한 전략적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 “한국에 26만 개 블랙웰 칩 공급”…트럼프 발언과 엇갈린 행보

불과 3일 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서울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중 삼성전자·현대차·SK그룹 등과 26만 개 이상 블랙웰 칩 공급 협약을 발표했다.

황 CEO는 “한국은 AI 혁신의 테스트베드이며, 이번 계약은 미국 정부에 사전 보고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발언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부분으로, 업계는 “백악관과 엔비디아 간 정책 조율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블랙웰 칩은 현재 AI 서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연산 효율을 자랑하며, GPT-5급 초대형 언어모델과 자율주행 AI 학습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한국, ‘AI 인프라 대전환’의 기회와 불안이 교차

한국은 이번 공급 확약을 통해 세계 3위 수준의 AI 연산 인프라 확보를 노리고 있다. 정부와 주요 대기업은 블랙웰 칩을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이 확보한 칩의 사용 범위·업데이트 접근권이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최첨단 버전만 미국 전용”이라는 조건이 붙을 경우, 한국 기업들은 다운그레이드된 칩으로 전환될 위험도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출통제는 기술 수준뿐 아니라 국가별 신뢰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한국이 동맹국이라 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AI 보호무역’으로 방향선회…패권전쟁의 새 국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발언은 AI칩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규정하는 ‘AI 보호무역’의 서막으로 읽힌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이번에는 범위를 동맹국까지 넓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존 무레나 공화당 하원 의원은 “중국에 AI칩을 판매하는 것은 이란에 무기급 우라늄을 주는 것과 같다”며,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AI 기술 차단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수출 규제가 아니라 AI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장벽 구축으로,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생성형AI 시대의 ‘엔진 접근권’을 중국의 희토류처럼 무기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이로 인해 글로벌 AI 생태계의 불균형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