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Blackwell)’의 중국 수출 논의가 현재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7일 대만 TSMC 방문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의 기술 자립 움직임이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중국으로 출하 계획 없다”…수출 시점은 중국 결정에 달려
황 CEO는 7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난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 경영진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중국으로 제품을 출하할 계획은 없다”며 “엔비디아 제품이 중국 시장에 다시 들어갈 시기는 중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차세대 AI 칩 아키텍처 ‘블랙웰’을 적용한 신제품에 대해 “중국으로의 논의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엔비디아가 최근 수개월간 미국의 수출 통제와 중국의 보안 규제라는 이중 압박 속에 전략 조정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황 CEO는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GTC)에서 “중국 내 AI칩 매출이 ‘0’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수출금지 여파…‘H20’ 이어 ‘B30’까지 제동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급감은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저성능 수출용 칩 ‘H20’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7월 규제가 일시 완화되자 엔비디아는 새로운 대체품 ‘B30’을 개발했지만, 이 제품 역시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불허 결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첨단 칩은 미국 말고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블랙웰 계열 AI칩의 중국 반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엔비디아는 중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와 미국의 수출 제한 사이에서 양국 모두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수출 통제가 부른 역효과…“중국 AI칩 생태계만 키웠다”
황 CEO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국의 AI칩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약화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 기업들이 자체 AI칩을 개발하도록 자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등 주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자체 AI칩 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며 ‘포스트 엔비디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중국 토종 반도체가 빠르게 대체할 경우, 글로벌 AI 생태계의 권력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엔비디아의 전략적 전환점…“중국 없는 성장 모델” 모색
한때 중국은 엔비디아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20~2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시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매출 비중은 ‘0’으로 하락했다.
황 CEO는 “중국 시장 진입은 언젠가 가능하길 바란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당장은 중국의 정책 변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향후 ‘중국 없는 성장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AI 인프라 투자가 빠른 미국, 유럽, 인도, 중동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엔비디아는 새로운 시장 다변화 전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파장
엔비디아의 수출 중단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간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TSMC와 함께 고급 패키징 및 AI칩 제조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중 기술 블록화의 ‘틈새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공급망 불확실성이라는 위험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한국은 ‘중립적 기술 허브’로서 균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AI칩 수출 통제, 반도체 설계 기술 이전, 파운드리 협력 기준 등 국제 규제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기업의 정책·기술 대응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칩 패권 경쟁, 이제 시작일 뿐”
젠슨 황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수출 계획 부재를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출발점을 예고한다.
AI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한, 블랙웰과 같은 첨단 칩은 기술력 이상의 ‘정치적 자산’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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