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MR·데이터센터 시대, 한전의 밸류에이션이 재정의되는 이유

사진=한전 제공 / UAE대통령궁에서 양국정상 임석하에 한전 김동철 사장과 UAE원자력공사(ENEC)모하메드알하마디(HEMohamedAlHammadi) 사장 MOU체결식
사진=한전 제공 / UAE대통령궁에서 양국정상 임석하에 한전 김동철 사장과 UAE원자력공사(ENEC)모하메드알하마디(HEMohamedAlHammadi) 사장 MOU체결식

한국전력이 9년 만에 5만원대 회복을 눈앞에 두면서 시장의 시선이 다시 이 거대 공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반등은 단순한 숫자 개선이 아니다. 에너지 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서 한국전력의 역할과 밸류에이션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 AI·데이터센터·SMR·전기차·전력망 고도화 등 모든 변화가 한국전력의 ‘구조적 턴어라운드’를 동시에 밀어올리는 모양새다.

먼저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력이 다시 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미 글로벌 전력 수요의 4%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비중은 2030년이면 10%에 육박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대형 원전 1기와 맞먹는 전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력은 석유보다 더 중요한 자원이 된다. 전기차 충전, 로보틱스, 모빌리티 산업 성장까지 포함하면 전력은 ‘디지털 시대의 원유’가 된다. 그 한복판에 바로 한국전력이 있다.

두 번째 모멘텀은 SMR(소형모듈원전)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보다 ‘전력의 안정성’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원전은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 솔루션이 되었다.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신규 착공 10기를 목표로 하지만, 정작 미국 내 EPC 역량은 부족하다. 이 틈을 한국의 팀코리아가 파고든다. 한전·한수원·두산·웨스팅하우스 협력 체계는 SMR 시대의 가장 강력한 후보군 중 하나다. 이는 한전 밸류에이션이 PBR 0.30.4에서 0.81.0으로 이동할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 주가가 반영하지 못한 핵심 가치다.

세 번째는 실적 턴어라운드다.

한전은 3분기 영업이익 5.6조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했다. 영업이익률은 20.5%까지 뛰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1조 2천억 순매수는 ‘전력산업 구조 전환’에 대한 선제적 베팅으로 봐야 한다. 요금 인상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어 2026년 이후엔 배당성향 40%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한전이 다시 ‘현금창출 기업’의 면모를 되찾는 과정이다.

네 번째는 AI 전력망(그리드) 시대다.

AI 기반 수요예측, 송배전 효율화, 비용 절감, 전력 거래 가격(LMP) 도입 등은 한국전력의 오랜 문제였던 ‘정책 규제와 적자 구조’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된다. 과거 한전이 구조적으로 싼 이유가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된다. 이는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영구적 변화다.

이 모든 변화는 한전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단기 목표주는 5만8천원~6만2천원 수준이지만, 정책 리스크 해소와 SMR 모멘텀이 가시화되면 7만원대 리레이팅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듀레이션이다. 한전은 단타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베팅해야 하는 종목이다. 요금 인상과 SMR 수주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한전은 10년 만의 진짜 랠리로 진입할 것이다.

한전 영업이익이 3분기 기준 5조 5,360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제공=한전
한전 영업이익이 3분기 기준 5조 5,360억원을 기록했다 / 자료제공=한전

오늘의 한국전력은 더 이상 정체된 공기업이 아니다.

AI 기반 초전력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이자, SMR 수출을 등에 업은 글로벌 에너지 전략기업이다. 지금의 가격은 이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변동성보다, 앞으로 몇 년을 관통할 에너지 대전환의 흐름을 읽는 투자자의 시각이다.

투자분석가 yoian@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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