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국가 AI 인프라 파트너로 떠오르는 이유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거침없다.

최근 놀라운 실적을 발표한 젠슨 황의 엔비디아. 두나무와의 합병을 준비 중인 네이버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움직임의 강도와 방향성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그리고 그 공통점의 중심에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자국의 언어·데이터·산업·안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AI는 더 이상 기업의 경쟁 도구가 아니라 국가 운영 체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국가 전략의 파트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지점에서 젠슨 황과 이해진 의장은 같은 축 위에 놓인다.

젠슨 황은 칩과 하드웨어 인프라를 통해, 이해진 의장은 플랫폼·모델·서비스 생태계를 통해각기 다른 형태로 국가급 AI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행보는 이미 국가 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실적에서 드러난 데이터센터 매출 폭증은 특정 빅테크의 구매가 아니라 일본·사우디·UAE 등 주요국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된 결과다. GPU는 이제 ‘전략 자산’이 되었고, 젠슨 황은 사실상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활동하는 기술 리더로 변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수백억 달러 규모 GPU 공급 협상을 이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칩은 미국 외교의 지렛대가 됐고, 엔비디아는 그 중심에 서 있다.

반면 이해진 의장은 플랫폼 중심의 소버린 AI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에서 지방자치주택부 장관을 직접 만나 디지털 화폐·STO·스테이블코인 등 국가 전략 사업을 논의한 것은 중요하다. 이는 네이버가 단순한 포털을 넘어 국가 기반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사우디 네옴시티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 논의, UAE AI 허브 참여 선언, 그리고 두나무와의 합병을 통한 디지털 금융 역량 확장은 네이버가 중동 국가의 AI·금융·도시 인프라 전반을 수주할 수 있는 ‘로컬라이즈드 AI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다.

두 리더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젠슨 황은 국가가 AI를 ‘구현’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공급하고, 이해진 의장은 국가가 AI를 ‘운영’하고 ‘서비스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층위지만 목적은 동일하다. 국가가 스스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국의 AI를 구축하고 자립하도록 만드는 것, 즉 AI 주권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역할은 기술 기업의 위상을 완전히 재정의하고 있다. 이제 기술 기업은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국가의 정책 파트너, 외교의 자산, 전략 인프라 공급자라는 새로운 위치에 올라섰다. 젠슨 황은 AI 칩의 지정학적 가치를 통해 글로벌 정치 무대 중심에 섰고, 이해진 의장은 플랫폼·모델·도시·금융을 아우르는 디지털 인프라 수출을 통해 중동의 국가 AI 전략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결국 소버린 AI는 단지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국가가 AI를 갖는 시대, 그리고 기업이 국가 전략을 설계하는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는 젠슨 황과 이해진 의장이 있다. 두 사람의 행보는 AI가 더 이상 산업의 경쟁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음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금몽전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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