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서로 다른 전략의 승자는?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을 앞세워 플랫폼 전략의 갈림길에 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광고·커머스 성장 재가동을 목표로 하지만, 네이버는 ‘검색→대화→실행’으로 이어지는 AI 에이전트를 앞세워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고 카카오는 친구탭 피드화와 숏폼·광고 강화를 통해 체류시간과 노출 재고를 키우는 길을 선택했다.
플랫폼 전환점, 체류시간 감소에서 시작된 전략 변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플랫폼 유저들의 체류 시간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내부 인식이 있었고, 이 이상징후가 본격화된 장면은 ‘국가대표 AI’ 선발전에서였다. 네이버는 자체 LLM(대형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 X’를 앞세워 한국어 기반의 소버린 AI 전략을 강조했고, 카카오는 OpenAI와의 협업을 통해 ‘GPT + 카톡’ 결합이라는 개방형 전략을 부각했다.
양사의 전략적 선택은 곧 브랜드·서비스 개편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개편하고 숏폼 광고를 카톡 전면에 배치하는 개편을 단행했으며, 네이버는 ‘에이전트 N’이라는 대화형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며 검색·쇼핑·지도 등 핵심 서비스 전반을 연결하는 ‘행동형’ 흐름 구축에 나섰다.
카카오, 사용자 머무르게 하기 위해 친구탭을 개편하다
카카오는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오래 머물도록 “피드화 + 숏폼 + 광고 강화” 전략을 집중 추진했다. 카카오톡 친구탭 피드형 개편은 이용자 반발로 롤백 방침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체류시간 증가 효과가 있었다는 자체 분석을 내세우며 개편 기조를 미루고 있다.
2025년 3분기 실적으로 보면, 카카오는 영업이익이 2,080억 원(영업이익률 10%)으로 59% 증가했고, 매출은 약 2조 868억 원(+8.6% YoY) 수준을 기록했다. 플랫폼 부문에서도 광고·커머스가 견인을 이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리스크 역시 존재한다. 피드 중심 개편이 장기적인 사용자 몰입에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미지수이며, 외부 AI 모델(챗GPT)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비용·데이터·프라이버시 측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네이버, 검색에서 실행까지 ‘행동’하는 AI에이전트를 만들다
반면 네이버는 “검색이나 콘텐츠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의 의도 → 대화 → 실행까지 연결되는 AI 에이전트”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2025년 3분기 매출는 3조 1,381억 원(+15.6% YoY), 영업이익은 5,706억 원(+8.6% YoY)으로, 광고·커머스 양축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커머스 부문은 수수료율 인상과 멤버십 강화 등의 전략이 반영된 흐름으로 분석된다. 향후에는 AI 에이전트가 쇼핑·예약·결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플랫폼의 ‘행동 전환’ 고리를 단단히 만들려는 움직임이 확인된다.
다만 비용 증가 역시 동반하고 있어, 자체 LLM 개발·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4분기와 2026년의 변수
▲카카오: 친구탭 개편 효과의 지속성 (DAU · 체류시간 · 세션당 활동량), 카톡 내 ChatGPT 연동의 실사용성과 비즈니스 전환율, 광고·커머스 매출 확장 여부.
▲네이버: Agent N의 실제 ‘의도→실행’ 전환율, 커머스·쇼핑에서 AI 연계 기능이 매출로 이어지는지, 지도·모빌리티 등 생활형 서비스에서 오프라인 행동으로 연결되는 흐름 확보 여부.
양사 모두 3분기까지는 ‘기초체력 회복’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문제는 “체류를 늘려서 광고수익을 끌어올리느냐(카카오)”와 “머문 시간을 행동으로 전환해서 플랫폼 가치 전체를 높이느냐(네이버)”라는 전략적 차이가 4분기 이후 실적에서 얼마나 명확히 드러나느냐다.
‘사용자 시간’을 누가 더 가치로 바꾸는가
에이전트 시대로 들어서면 승부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농도에서 난다.
카카오는 머무는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해 미디어 단가를 방어·상향하려 하고, 네이버는 행동의 밀도를 높여 거래 단가와 전환을 끌어올리려 한다.
두 전략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종착지는 같다. 광고·커머스의 단가와 전환이다. 4분기와 2026년,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느냐가 승부처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 [카톡 개편] “체류시간은 늘었지만, 체류의 이유는 불편함이다"...카카오의 ‘친구탭 실험’이 놓친 본질
- 네이버지도, 10년 만의 대전환…‘예약’ 탭으로 길찾기 앱 넘어 슈퍼플랫폼으로
- [DAN25] “대화로 검색하고 행동까지 완결한다”…네이버, ‘에이전트 N’으로 AI 서비스의 새 기준 제시
- [DAN25] 네이버, ‘Agent N’으로 AI 전면전 선언…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AI 혁신 가속”
- 네이버, “쇼핑 AI 에이전트로 검색을 행동으로”…2026년 봄 상용화 예고
- 네이버, AI로 새 역사 썼다…사상 최대 실적 견인한 ‘온 서비스 AI’
- “국민 메신저 속 챗GPT”…AI 에이전트 확산, 관리의 시대가 온다
- 카카오톡에 GPT-5 탑재…‘챗GPT 포 카카오’가 여는 일상형 AI 시대
- [비즈인사이트] 네이버 AI 전략, 왜 폐쇄형 생태계로 가나?
- [칼럼] 네이버 AI, 日 ‘노트(note)’ 투자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나
- 카카오톡 개편 역풍… “친구탭 불편하다” 90%가 ‘롤백’ 원했다
- 카카오, 카나나 웹 버전 출시...웹에서도 AI 메이트 ‘나나’ 만난다
- 카톡 개편 이후 체류 시간 ‘상승 vs 하락’ 엇갈린 데이터…카카오 실적 신뢰성 논쟁으로 번졌다
- “위치가 계속 보인다” 카톡 친구위치 무제한 업데이트 논란
- 네이버, 포털 최초 ‘AI 키워드 검색’ 도입… 스포츠·연예 뉴스부터 적용
- [칼럼] 소버린 AI, 젠슨 황과 이해진이 만나는 지점
- "AI가 일정 알려주고, 카톡도 발송"...카카오, AI 플랫폼 ‘플레이MCP’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