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친구 탭’ 중심의 업데이트가 사생활을 노출하고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카카오의 ‘SNS화 실험’이 오히려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카카오톡 개편 버전을 사용 중인 이용자의 90% 이상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생활 노출 우려와 피로감이 커지면서, 카카오의 SNS 전환 전략이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 알고 싶지 않은 소식, 피드에 강제 노출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 개편 버전을 이용 중인 응답자의 90.1%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소식까지 보게 돼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친구 탭’을 통해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 변경, 상태 메시지 수정, 이모티콘 사용 내역 등 개인 활동을 자동 피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식 피드’가 이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한 이용자는 “전남친의 연애 근황까지 떠서 앱을 삭제했다”며 “사적인 메신저가 감정노동의 플랫폼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용자 10명 중 8명(79.7%)은 “업데이트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 삭제 24시간 기능엔 ‘양날의 검’ 평가
카카오톡은 이번 개편에서 메시지 삭제 가능 시간을 5분에서 24시간으로 확대했다. 응답자의 84.3%는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동시에 67.5%는 ‘책임 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 50.6%는 “대화 신뢰가 떨어진다”고 답했다.
즉, 편리함이 늘어난 만큼 신뢰성은 줄었다.
IT업계 관계자는 “대화의 흔적이 쉽게 사라지는 구조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 중심의 위험 회피형 UX”라고 지적했다.
■ 챗GPT·AI까지 넣은 ‘만능앱’, 정체성 흔들
카카오는 최근 챗GPT 연동, AI 요약 기능, 친구 소식 피드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메신저에서 SNS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의 86.1%가 ‘너무 많은 기능이 담겨 복잡하다’**고 답했다.
단순 대화 중심의 앱이었던 카카오톡은 이제 ‘콘텐츠, 커머스, AI’가 뒤섞인 플랫폼으로 변모했지만, 이용자들은 “톡이 아니라 피드가 됐다”고 반발한다.
한 플랫폼 분석가는 “AI 기능이 메시지 경험을 개선하기보다 광고·데이터 중심으로 설계된 인상이 강하다”며 “결국 카카오의 실험이 이용자의 신뢰를 소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용자 의견 반영” 말뿐인 약속
카카오 정신아 대표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용자 의견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친구탭 롤백 일정은 미정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베타테스트 없이 전면 개편을 강행했다”며 “이용자 중심이 아닌 기획 중심의 업데이트”라고 비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은 단순한 앱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본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라며 “이용자의 일상 데이터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순간, ‘국민 메신저’의 신뢰는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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