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백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카카오톡이 개편 이후 놓치고 있는 것들

숫자에 취한 플랫폼

카카오는 이번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친구탭 개편 이후 카카오톡 체류시간이 늘었다”며 개편 유지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체류시간’이 반드시 긍정적인 사용 경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오래 머무는 이유는 즐겁거나 유익해서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편하거나 복잡해서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탭 개편 이후 “업무용 톡에서도 상대의 일상이 노출돼 불쾌하다”, “탭 구조가 복잡해져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용자 참여도 상승’이 아니라 이용자 피로도의 상승일 가능성이 높다.

‘친구탭’은 SNS가 아니다

이번 개편의 방향은 분명하다. 카카오는 친구탭을 통해 ‘지금탭·스토리·AI 서비스’를 통합하며 인스타그램식 피드형 인터페이스를 강화했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본질적으로 ‘메신저’다.

이용자들은 연락과 협업, 정보 공유를 위해 카톡을 사용한다.

업무용 채팅 도중 동료의 일상 피드나 AI 추천 콘텐츠가 함께 뜬다면, 그건 ‘일과 사생활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방해 요소에 가깝다.

이용자들은 “카톡이 또 인스타그램처럼 변한다”는 반감을 보이고 있다.

‘친구탭 체류시간 증가’는 결국 원치 않는 피드 노출에 머무르는 시간의 증가일 뿐, 긍정적인 리텐션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10월 28일부터 카카오톡 내에서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챗GPT 포 카카오'를 출시됐다. 사진=카카오 제공
10월 28일부터 카카오톡 내에서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챗GPT 포 카카오'를 출시됐다. 사진=카카오 제공

AI 생태계의 명분, 이용자 경험의 희생

카카오는 “챗GPT 포 카카오”를 앞세워 카톡 내 AI 생태계를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AI 경험의 확장과 이용자 경험의 개선은 별개 문제다.

지금의 카카오톡은 AI, 커머스, 콘텐츠를 한 화면에 밀어넣는 과적 상태다.

‘친구탭 개편’을 통해 얻은 체류시간은 AI 연동을 위한 트래픽 확보의 수단으로 보일 뿐, 이용자의 의도를 존중한 결과로 보긴 어렵다.

결국 플랫폼은 “머무르게 만들었는가”보다 “머물고 싶게 만들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카카오톡이 다시 신뢰를 얻는 법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덜 방해받는 연결’이다.

메신저의 가치는 속도, 명료함, 신뢰에 있다.

‘친구탭 개편’은 이 셋 모두를 희석시키고 있다.

숫자에 근거한 개편 유지가 아닌, 이용자의 맥락과 감정에 기반한 서비스 설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카카오톡은 “필요해서 쓰는 앱”에서 “피하고 싶은 앱”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체류 시간 증가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때

카카오가 진정으로 AI 시대를 대비하고자 한다면, ‘체류시간의 수치’보다 ‘신뢰시간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이용자가 더 오래 머무는 이유가 ‘혼란’이 아니라 ‘만족’이 되는 순간, 카카오의 AI 생태계도 비로소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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