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15년 만의 대대적 개편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 지표에서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 메신저 시장의 구조적 잠금효과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프카카오25에서 개편 내용을 발표 중인 홍민택 CPO. 사진=카카오 제공, 연합뉴스
이프카카오25에서 개편 내용을 발표 중인 홍민택 CPO. 사진=카카오 제공, 연합뉴스

“싫지만 떠날 수 없다”는 현실…DAU·MAU는 개편 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카카오톡의 최신 이용 지표는 최근 불거진 ‘피드형 친구탭’ 논란과 이용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이용률이 오히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카카오톡의 안드로이드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2549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 수치(2530만 명)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이용자 불만이 폭증한 시기였음에도 명확한 이탈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요 경쟁 메신저의 동일 기간 변동폭도 카카오톡의 지배력과 잠금효과를 더욱 선명히 드러낸다. 텔레그램은 79만 명에서 81만 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라인은 오히려 33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감소했다. 네이트온 역시 증가폭이 3000명 수준에 그쳐 사실상 ‘반사이익 부재’가 확인됐다.

‘친구탭 피드화’가 초래한 강한 반발

카카오가 지난 9월 친구탭을 인스타그램 형태의 피드로 개편하고 ‘톡 게시물’과 숏폼 콘텐츠를 도입한 직후, 사용자들의 불만은 실시간으로 확산됐다.

커뮤니티에는 “메신저 본질 훼손”, “사생활 노출 위험 증가”, “광고 노출을 위한 개편 아니냐”와 같은 비판이 쏟아졌고, 앱 이용자들은 이전 UI로 되돌려달라는 요청을 잇달아 제기했다.

그러나 여론의 압력과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비스 이탈은 관측되지 않았다. 이것은 카카오톡이 단순한 메시징 도구를 넘어 한국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흐름이다.

‘잠금효과’가 견고한 한국형 메신저 생태계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에서 자주 나타나는 잠금효과(Lock-in Effect)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메신저의 가치는 기능보다 네트워크에 있고, 네트워크가 강할수록 사용자는 불만이 있어도 플랫폼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이미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 잡은 만큼 UI 반발이 존재해도 실제로 플랫폼을 이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라인과 텔레그램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라인은 일본·동남아 중심의 해외 서비스라는 한계가 있고, 텔레그램은 복잡한 UI와 ‘범죄 악용’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국내 대중 확산이 제약되어 있다.

브랜드 신뢰 하락과 이용률 유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한국 시장의 역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용률이 유지된 이유를 ‘충성도’가 아닌 ‘관성 소비’로 진단한다.

즉,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계속 쓰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 대체재 부재와 네트워크 의존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는 “카카오톡의 트래픽 유지가 충성도 때문이라는 해석은 맞지 않으며, 이는 모두가 쓰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는 플랫폼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 플랫폼이 커질수록 사소한 변화에도 반감이 커지는 역설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더 이상 앱이 아니다…한국 사회의 ‘관계 인프라’

심리학자들은 카카오톡을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라 관계망의 실질적 기반 시스템으로 본다.

친구·가족·직장 동료 등 모든 관계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플랫폼을 떠나는 것은 곧 관계망을 재구축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 사회심리 전문가는 “카카오톡을 떠난다는 것은 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러한 심리적 부담이 이용률 유지의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용률은 불변인데 신뢰는 흔들리는’ 새 국면에 들어선 카카오톡

카카오톡은 여전히 압도적 플랫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용자 경험보다 플랫폼 확장 전략에 집중한 개편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를 소모할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단기 이탈이 없다고 해서 장기 피로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 피로도 누적은 충성도 하락은 물론, 플랫폼 생태계의 장기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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