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부터 카카오맵 개편까지, 반복되는 논란이 생기는 이유?

이미지=SORA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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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한때 한국 디지털 생태계의 ‘편리함’ 그 자체였다.

택시를 부르고, 결제하고, 음악을 듣고, 무엇보다 카카오톡으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상이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감정도 함께 흔들렸다. 어느 순간 카카오가 뭔가 발표할 때마다 “이번엔 또 뭐지?”라는 반응이 붙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놓고 ‘미운오리’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감의 결과이다.

출발점은 불안한 리더십이었다.

오너 사법 리스크는 기업 신뢰의 뿌리를 흔든다. 플랫폼 기업에서 경영 안정성은 곧 서비스 안정성과 연결된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상장 직후 대량 매도, 이른바 ‘먹튀’ 논란은 “플랫폼은 공공선, 내부는 사익”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기업의 철학이나 장기 비전보다 ‘개인 이익’이 먼저라는 서사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감정선을 크게 건드렸던 사건은 바로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였다.

데이터센터 화재 한 번에 메신저, 택시 호출, 결제, 업무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두 멈춰섰고, 이때 이용자들은 카카오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사회 인프라’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문제는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혼란과 책임 회피성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용자들은 처음으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한 회사에 맡겨왔구나”라는 불안을 느꼈다.

여기에 플랫폼 곳곳에서 잇따라 ‘탐욕’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구조 개편 논란, 카카오택시 매출 과다계상 의혹, 카카오게임즈의 P2E 투기성 실험, 카카오엔터의 수익 배분 문제는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 같지만 이용자들에게는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됐다. “카카오는 결국 돈이 되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불만의 임계점을 넘긴 사건들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이다. 이용자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공간 한복판에 상업적 추천·광고 요소가 침투하면서,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기능 변경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 관계망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였다. 이는 카카오톡이 사실상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인프라가 된 상황에서 나온 정서적 반발이었다.

비슷한 감정은 카카오맵의 위치 정보 친구 전송 서비스 개편 논란에서도 재현됐다.

예전에는 간단하게 원하는 장소를 친구에게 전송하고, 상대가 바로 지도를 띄워 활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개편 이후 불필요하게 경로가 복잡해지고, 공유한 위치가 카카오맵 안에서 특정 행동을 강제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단순한 UI의 변화라기보다 “카카오는 이제 기본 기능도 자사 수익·트래픽 구조 안으로 끼워 맞추려 한다”는 반감이 커진 것이다.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카카오맵 또한 일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일방적 통제로 느껴진다.

전략적 오락가락함도 문제를 키웠다.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략방향이 달라지고, 조직 개편이 자주 반복되며, 카카오의 장기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AI와 같은 미래 키워드는 기업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카카오의 접근은 마치 ‘트렌드를 쫓는 기업’처럼 보였고, 이는 사용자에게 불안감을 곱절로 키웠다.

이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본질은 단 하나다.

카카오는 한국 사회에서 일상·관계·시간·인프라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기업이 되었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철학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안이 없는 메신저, 대안이 없는 택시 호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일방적인 개편·상업화를 반복하면, 사람들의 감정적 내상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독점 플랫폼이 보이는 ‘기회주의’는 항상 몇 배로 반감을 부른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공격적 확장이 아니라 기본 원칙의 재정립이다. 첫째, 사용자 권리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데이터 활용 범위, 광고 개입 기준, 기능 변경 절차 등 ‘이용자의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카카오톡·카카오맵 같은 핵심 서비스는 사실상 공공 인프라이므로 공공성 중심의 운영 기준을 선언해야 한다. 셋째, 기술·AI 전략은 유행을 좇기보다 일관성과 철학을 기반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윤리적 기준을 다시 세워 신뢰를 해치는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카카오는 지금 미운오리가 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사람들의 반감은 플랫폼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생긴 역설이기도 하다. 카카오가 일상의 핵심을 다시 ‘존중’하기 시작한다면, 미운오리는 다시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 변화의 출발은 기술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약속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당신의 일상을 건드릴 때 가장 조심하겠습니다.

브랜드큐레이터 칼럼니스트  yoi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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