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이 글로벌 AI 유니콘의 전략적 진출지로 급부상하면서 오픈AI·앤트로픽·코히어·안두릴·일레븐랩스 등 5개 기업이 올해에만 국내 법인을 설립하거나 사무소를 열었다.

한국의 높은 AI 수용력, 공격적인 정부 정책, 빠른 실험·검증이 가능한 ICT 환경 등이 결합하며 해외 AI 기업이 일제히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평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한국에 상륙한 AI 유니콘 5곳, 올해 들어 동시 진출

2025년 한 해 동안 다섯 개의 글로벌 AI 유니콘이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면서 국내 AI 산업 구도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안두릴은 지난 4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방위·보안 기술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어 앤트로픽과 코히어가 7월 각각 한국 법인과 사무소를 꾸렸고, 9월에는 오픈AI가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공식 진출을 선언했다.

이달 20일에는 AI 음성 생성 기업 일레븐랩스가 한국 법인 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열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각 기업은 진출 직후부터 국내 기업과 빠르게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안두릴 → LIG넥스원·HD현대와 방위사업 협력

▲앤트로픽 → SK텔레콤과 AI 플랫폼·서비스 협력

▲코히어 → LG CNS와 엔터프라이즈 AI 프로젝트 수행

▲오픈AI → 카카오톡과 GPT 연동으로 한국형 서비스 강화

▲일레븐랩스 → 크래프톤·네이버벤처스를 고객사로 확보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 방식이 단순 사무소 개설을 넘어 법인 설립 + 즉시 영업·파트너십 구축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집중을 방증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수용력’…한국이 매력적 시장이 되는 이유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주목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도입 속도다. 오픈A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챗GPT 사용자는 1,7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임·콘텐츠·방송 등 산업 전반에서 AI 적용이 활발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반응이 빠르다는 점은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이상적인 시장 검증 환경을 제공한다.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플랫폼 중심의 소비 문화는 새로운 기술의 흡수 속도를 자연스럽게 앞당긴다.

AI 3대 강국 목표…정부의 ‘150조 국민펀드’와 AI 고속도로 구축

정부의 정책 방향도 해외 기업의 진출 속도를 견인하는 요소다. 한국 정부는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150조 원 규모의 ‘국민펀드’를 통해 첨단 산업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데이터·연산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충하는 ‘AI 고속도로’ 정책을 가동하며 글로벌 기업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정송 KAIST AI연구원장은 “AI 중심 산업이 자동차·금융·의료 등 전 분야로 확장되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전체 산업 구조를 아우르는 지원 정책은 해외 기업에 매우 높은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베드 우려도 존재…“토종 AI 성장 전략 병행해야”

업계에서는 해외 AI 기업의 진출이 한국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와 동시에, 한국이 글로벌 기업의 테스트베드로만 소비될 위험도 지적하고 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2000년대 초 고도화된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해외 IT 기업들이 한국에서 신기술을 시험했던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가 빠르다는 장점이 때로는 기술 실험의 장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강조하는 ‘소버린 AI’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토종 AI 기업을 성장시키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생태계 투자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AI 격전지…향후 경쟁력의 핵심은 ‘균형 전략’

올해 글로벌 AI 유니콘 5곳의 잇따른 진출은 한국이 아시아 AI 산업의 전진기지이자 글로벌 AI 경쟁의 격전지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높은 기술 수용력, 정책 추진력, 산업 전반의 속도감이 맞물리며 한국은 AI 기업에게 실험이 아닌 ‘실질적 성장의 무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의 솔루션과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동시에, 토종 AI 기업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양손 전략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진출이 산업을 견인하는 자극제가 될지, 아니면 시장을 잠식하는 압력으로 작용할지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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