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범용 D램 동반 성장…전영현 체제 1년, ‘비정상의 정상화’ 신호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다시 1위에 올랐다. 올해 1·2분기 연속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주며 “메모리 왕국의 균열”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3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특히 HBM 출하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반영되며 매출·점유율 모두 상승세를 탔다.
3분기 점유율 34.8%…HBM과 범용 D램이 동시에 끌어올린 실적
중국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플래시마켓(이하 CFM)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5년 3분기 D램 매출은 139억4,200만 달러(약 20조4,2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29.6%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34.8%로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37억9,000만 달러(점유율 34.4%)로 2위에 머물렀다.
1·2분기 트렌드포스·옴디아·CFM 조사에서 모두 1위였던 SK하이닉스가 3분기 들어 다시 삼성전자에 근소하게 밀린 것이다.
CFM은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85% 증가했고,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더해져 전체 매출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3위는 미국 마이크론(점유율 22.4%)이었다.
“1등 내준 상태 자체가 비정상”…전영현 체제의 전략적 반격
삼성전자는 올해 초 D램 1위를 뺏긴 상황을 내부적으로 ‘비정상’으로 정의해왔다.
지난해 10월 전영현 부회장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메모리 부진에 대해 사과한다. 경쟁력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밝힌 지 정확히 1년 만의 반전이다.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까지 네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메모리 경쟁력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둬 왔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최근 수개월간 범용 D램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을 지시하며 단가 상승 국면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HBM과 범용 D램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엔비디아향 HBM 공급이 확인됐고 범용 D램 점유율도 회복됐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기’는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P5 공정 재개…HBM4·3D TSV 패키징 등 차세대 메모리 인프라 구축
삼성전자는 이달 초 평택 P5 공장 건설을 공식 재개했다.
중단됐던 P5는 HBM4, 3D 적층(Through Silicon Via, TSV) 기반 첨단 패키징, 차세대 SoC 라인 구축 등 미래 제품군의 핵심 거점으로 설계돼 있다.
양산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P5 재개가 “D램 1위 탈환과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전략이 서로 맞물린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HBM 수요가 AI 서버·AI PC·엣지AI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생산·공정 라인을 총체적으로 재정비하며 ‘메모리 주도권 회수’에 본격 착수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판도 다시 요동…2026년 HBM4 전쟁 예고
3분기 점유율 역전은 단기 실적 경쟁을 넘어, 내년 이후 본격화될 HBM4 경쟁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3E 강세를 유지하며 HBM4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물량 대응력과 패키징 기술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서버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전환 흐름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AI 붐이 메모리 업계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D램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요소가 생산능력과 패키징 기술, 수율, 공정 기술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이 경쟁력이 2026년 이후 메모리 기업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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