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국가 등급 따른 AI칩 수출통제' 폐기하며 가이드 발표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다시 한 번 화웨이를 정조준했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 화웨이가 설계한 인공지능(AI) 칩 ‘어센드(Ascend)’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해당 칩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수출통제 위반에 해당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내놨다. 이로써 미국의 기술통제 권한은 물리적 국경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번 조치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려 했던 '국가 등급별 AI 칩 수출통제 정책'을 공식 폐기하면서 함께 발표됐다. 해당 정책은 전 세계 국가를 동맹국·일반국·적국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AI 반도체의 수출을 차등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산업계의 반발과 외교적 마찰 우려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대신 미국은 새로운 방식의 압박을 택했다.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발표에서 미국산 AI 기술이 중국의 AI 모델 훈련이나 추론에 활용될 경우 그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고, 화웨이 칩을 사용하는 제3국 기업이나 기관에도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중국이 제3국을 우회해 미국산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에 대응해, 미국 기업이 자사의 공급망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사실상의 글로벌 AI 기술 통제 프레임 선언에 가깝다.
이 같은 미국의 초강수에 대해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AI와 스마트폰용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있어 더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가 ‘자립 반도체’ 기치를 내걸고 AI 칩을 자체 개발해왔지만, 미국이 AI 칩 훈련과 추론,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제재 범위를 넓히자 이른바 'AI 디커플링'은 한층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발표를 통해 AI 패권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기술은 더 이상 기술만이 아니다. 칩 한 조각이 지정학이 되고, 알고리즘 하나가 외교 전략이 되는 시대. 화웨이 어센드 칩을 둘러싼 이번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제재 이상,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의 신호탄일 수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