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전방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고 알리며 XR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태동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얼리어답터' 혹은 '덕후'라 불리는 하드 유저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초기 소비자가 아니다. 기술의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을 가장 먼저 테스트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그 결과를 증폭시킨다. 그 결과는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가장 빠른 지표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신호가 된다.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는 국내 확장현실(XR) 시장에서 '관문'을 자처한 대표적인 얼리어답터다. 자비로 다양한 XR 기기와 액세서리들을 수집해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유저들과 소통을 위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몰입형 경험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XR 기술이 일상에서 더 가깝고 친숙한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안녕하세요. 저는 확장현실(XR) 커뮤니티 ‘VR 인사이트’를 운영하는 XR 인플루언서이자, XR 촉각 솔루션 기업 비햅틱스(bHaptics)의 기획팀 매니저로 근무 중인 김정현입니다. 온라인에는 쭘쭘(Jjum-Jjum)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다양한 XR 하드웨어를 체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XR 기술이 제공하는 몰입 경험을 가장 먼저 체험하고, 이를 보다 많은 분들께 알리는 것을 저의 사명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담당하면서 국내 XR 생태계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이를 위해 ‘XR 덕후’를 자처하면서 콘텐츠 제작, 행사 기획, 기술 분석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기업,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비햅틱스의 '햅틱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설명하는 김정현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비햅틱스의 '햅틱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설명하는 김정현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비햅틱스는 햅틱(촉각) 기술 기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글로벌 XR 기업입니다. 대표 제품으로는 햅틱 조끼, 장갑, 헤드쿠션, 암밴드 등이 있어요.

가상 환경에서 시각, 청각을 넘어 ‘촉각’을 제공하는 디바이스로 몰입 경험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저는 자사 디바이스 기반의 콘텐츠 연동, 햅틱 콘텐츠 설계, 제품 UX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와 기기 간 인터랙션을 촘촘히 설계해 사용자에게 실제와 유사한 감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주 업무에요.

향후 일반 모니터 게임 환경에서도 비햅틱스의 햅틱 장비들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방송 환경에서 시청자와 스트리머가 햅틱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등 응용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VR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처음 경험한 VR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2014년 봄 제주도로 떠났던 가족 여행이 시작이었어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을 방문했었는데 현장에서 HMD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 DK1’을 처음 체험했어요.

가상 환경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였는데 당시 중학생이던 저는 큰 충격을 받았죠. 기존의 플랫 스크린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던 몰입감을 느꼈고 그 기억은 지금의 저의 진로를 바꿔놓을 만큼 강렬했어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당시 제가 한창 즐기던 게임 속 캐릭터의 아이템을 모두 처분했어요. 여기에 용돈 등을 모아 약 50만 원을 들여 직접 오큘러스 DK1을 구매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 DK1 (출처=VR인사이트)
오큘러스 리프트 DK1 (출처=VR인사이트)

그때부터 XR 디바이스와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게 됐고 국내 VR 커뮤니티의 운영진으로도 활동하며 국내 VR 커뮤니케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수의 VR 기기를 보유하고 계신데,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아마 박물관을 차려야 할 정도일거에요(웃음). HMD와 AR글래스, 주변 액세서리까지 포함하면 약 260여 개에 달해요. 국내에서 개인이 보유한 XR 기기로는 가장 많은 수준일 것이라 생각해요.

총자산 가치는 수천만 원 규모인데요. 그 중에는 절판된 기기나 프로토타입, 샘플 등 단순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희귀 장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기를 하나 꼽자면 단연코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Virtual Boy)’를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닌텐도 버추얼 보이를 조작하는 김정현 매니저 (출처=VR인사이트)
닌텐도 버추얼 보이를 조작하는 김정현 매니저 (출처=VR인사이트)

95년도 닌텐도가 출시한 3D 게임기에요. 상업적으로 성공 궤도에 오르진 못했지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당시 XR 산업의 미래를 그려낸 ‘지도’이자 상징적으로 구현한 선구자적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많은 기기를 보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주로 언제 기기를 사용하는지?

XR 디바이스는 리뷰 콘텐츠만으로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워요. 본질적으로 ‘백문이 불여일견’의 대표적인 IT 기기입니다.

영상이나 텍스트로는 도저히 감각적 특성이나 성능 차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요. 광학 구조, 디스플레이 종류, 스트랩 장력, 무게 밸런스 등의 사소한 차이가 실제 경험에서는 큰 격차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런 기기들을 직접 체험하고 사용성을 분석해 제가 운영하는 ‘VR 인사이트’ 블로그에 리뷰와 콘텐츠에 게재해오고 있어요.

김정현 매니저가 보유한 XR 기기들 (출처=VR인사이트)
김정현 매니저가 보유한 XR 기기들 (출처=VR인사이트)

기기 별로 작은 차이들을 발견하거나 기존 제품 - 신규 제품 간 변경된 스펙과 특징, 해당 기기의 제작 및 기술적 의도 등을 발굴해 함께 전달하죠. 이를 통해 엔드 유저와 업계 관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해요.

기기 사용 시점은 상황에 따라 달라져요. 업무 시간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애플 비전프로를 활용하고 여가 시간에는 휴대가 간편한 AR 글래스를 착용해 누워서 편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편이에요.

개인 블로그도 운영하고 계신데, 개설 시기는 언제이며 어떤 콘텐츠를 게재하는지?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VR 인사이트(VR Insight)라는 퍼스널 브랜드로 본격적인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2022년 메타 퀘스트 프로 출시 때부터입니다. 그 이전에도 다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간헐적 리뷰 콘텐츠를 작성해왔는데요.

메타 퀘스트 프로에 적용된 컬러 패스스루(Pass Through), 신형 트래킹 컨트롤러 등 혁신적 기술이 도입된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글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인플루언싱의 매력을 느끼게 됐죠.

제 블로그 콘텐츠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어요. ▲하드웨어 리뷰는 최신 XR 기기 및 유저 관심도가 높은 장비를 중심으로 성능 비교, 설계 철학, 구조 분석 등을 심층 리뷰하는 코너에요.

▲액세서리 리뷰는 보조배터리, 스트랩, 고정 장치 등 맞춤형 주변기기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 리뷰하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현장 방문기는 글로벌 XR 산업 동향 체크를 위해 국내외 가리지 않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업계 관계자들과 인터뷰하는 등 체험 기반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PICO 베이징 본사를 비롯해 글로벌 XR 기업 탐방도 병행하고 있어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 마련된 피코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정현 매니저 (출처=VR인사이트)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 마련된 피코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정현 매니저 (출처=VR인사이트)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콘텐츠는 2024년 2월 게재한 애플 비전프로 리뷰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지인에게 부탁해서 현지 출시 당일에 제품 구매를 부탁했고 곧바로 비전프로를 받아볼 수 있었어요.

그로부터 2주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전프로에만 몰입해 철저히 분석했죠. 당시 비전프로 콘텐츠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 플랫폼 ‘레딧(Reddit)’을 비롯해 주요 커뮤니티에서도 인용되며 신뢰도 높은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저의 모든 XR 인플루언서 활동은 모두 비영리로 이뤄져요. 기업으로부터 리뷰를 대가로 받는 어떠한 이익도 없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더욱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사실 그대로의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는 비결이죠.

VR 유저 네트워크 행사도 주최하시는데, 오프라인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입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사람 간 소통이 없다면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XR 분야도 비대면 환경에서의 몰입을 강조하지만,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기기를 함께 체험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면대 면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적 이해와 소통에 가장 좋은 접근법이죠.

지난 3월 진행된 '제3회 KVUM' 행사 전경 (출처=VR인사이트)
지난 3월 진행된 '제3회 KVUM' 행사 전경 (출처=VR인사이트)

그래서 저는 ‘Korea VR User Meet-up’(KVUM)’, 크붐이라는 유저 기반 오프라인 네트워킹 행사를 직접 기획해 운영해오고 있어요.

오는 10월 3일에는 서울 문래동에서 250평 규모의 대관 장소를 확보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제4회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XR 하드웨어 기업 외 국내 대기업도 참가해요. 기업들이 자유롭게 부스를 열고 각자의 제품과 서비스를 유저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예요.

개인이 주최하는 행사에 기업이 어떻게 참가하는지?

사실 개인이 기획한 행사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협업을 제안해 주신다는 점은 저에게 엄청난 영광이에요. 이번 기회를 통해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또 한 번 전하고 싶어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비영리’이기 때문이죠. 제가 주최하는 행사는 XR 디바이스 이용자와 기업 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중심으로 이뤄져요.

행사의 주인공, 메인 콘텐츠가 모두 현장에 참가하시는 유저와 기업인 셈이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날 것’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요. 기업 입장에서 제품을 기획하거나 서비스를 구성할 때, 하드 유저들의 데이터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참가 기업으로부터 ‘참가비’는 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더 넓고 쾌적한 장소 대관하고 참가자를 위한 경품, 굿즈, 식사 퀄리티 등 현장에 오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을 챙기며 만족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두 사용해요.

제가 가져가는 것은 한 푼도 없지만, 유저 중심의 콘텐츠가 바로 XR 인플루언서 ‘쭘쭘’의 지향점이자 철학이에요.

'멧플루언서' 네트워킹에도 꾸준히 참가하시는데, 향후 강연 기회가 있다면?

먼저 엑스로메다(XROMEDA)는 국내 XR 산업 동향 파악을 위해 검색하다가 언론 보도 내용을 우연히 보고 알게 됐어요.

올해 ‘XR 팬덤 플랫폼’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내 최초의 XR 콘텐츠 기반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팔로업하고 있습니다.

엑스로메다에서 새롭게 시작한 크리에이터 모임 ‘멧플루언서(Metaverse+Influencer)’에도 방문해 크리에이터 및 업계 분들과 소통하며 인사이트를 교류하고 있는데요. 제가 강연 세션을 맡게 된다면 ‘XR 디바이스의 분류 및 설계 철학’을 주제로 진행해 보고 싶어요.

멧플루언서 행사에서 햅틱 기기를 소개하고 있는 김정현 매니저(맨 오른쪽)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멧플루언서 행사에서 햅틱 기기를 소개하고 있는 김정현 매니저(맨 오른쪽)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많은 분들이 XR 기기를 사용할 때 ‘좋다, 나쁘다’는 간단하고 감성적 판단은 쉽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기별로 착용했을 때의 체감과 특징, 적용된 기술을 파악하는 데 있어 막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메타 퀘스트는 서양인의 안면 구조에 맞춰 입체적 인터페이스를 설계한 반면, 피코(PICO)는 동양인에 맞춘 평탄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요.

HMD 광학 설계 측면에서도 팬케이크, 프레넬, 버드배쓰(Bird Bath), 광 도파관 등 각기 다른 광학 시스템이 적용돼 있습니다.

이처럼 XR 콘텐츠를 몰입감 있게 소비할 수 있는 디바이스의 기술 구조와 과학적 설계를 이해하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사용자의 몰입 경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포인트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XR 업계 관계자 및 크리에이터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씀해주세요.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XR 기술과 시장의 끝은 그 무엇보다 창대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물론 국내 XR 시장이 아직 유저 수나 시장 규모만을 놓고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분들의 열정, 기술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개발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XR 산업은 본질적으로 ‘몰입’이라는 전혀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며 콘텐츠 소비 방식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XR 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 기술이 지닌 매력과 가치를 체험해 보신다면 우리나라 역시 넓고 깊은 XR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 분들께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드웨어나 시스템에서 오는 체감의 차이를 막연히 느끼고 계시지만, 그 배경에는 분명한 기술적 이유와 설계적 의도가 존재해요. 이를 연구하고 공유하는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더욱 성숙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 믿어요.

또한 XR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께도 전하고 싶어요. XR 기술은 기존 IT 인프라가 제공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차원의 몰입을 제공합니다.

심리적 장벽이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직접 한 번 체험해 보시면 그 가치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제든 궁금하시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쭘쭘’을 찾아주세요!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김정현 비햅틱스 기획팀 매니저 (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황성하 객원기자  shhwang@olimpla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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