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사진=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  사진=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파크(Apple Park)에서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25)가 개막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키노트 세션에서 애플은 ‘Apple Intelligence’라는 자체 AI 브랜드를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지만, 그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픈AI, 구글, MS 등 경쟁사들이 AI 혁신을 선도하는 가운데, 애플은 오히려 조심스럽고 제한적인 접근으로 일관하며, 전반적으로 ‘안전 운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테크 업계와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기대에 못 미친 AI 발표

애플이 강조한 ‘Apple Intelligence’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 온디바이스 LLM을 활용한 기능을 추가해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와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사용자의 관심이 집중됐던 시리(Siri)의 AI 기반 대개편은 결국 연기되었고, 애플은 “우리는 기준이 높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OpenAI와의 통합도 제한적이다. Image Playground 앱에서 GPT-4o 기반 이미지 생성 기능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하에 동작하며 전면 적용은 아니다. 즉, 타사 AI 비서들처럼 ‘즉시 체감되는’ 수준의 변화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12년 만의 대대적인 디자인 개편

애플은 iOS 26, iPadOS 26, macOS 26 ‘Tahoe’ 등 모든 운영체제에 새 디자인 언어인 ‘Liquid Glass’를 적용했다. 반투명 유리질감의 UI는 앱 간 시각적 일관성을 높이고 몰입감을 주는 데 중점을 뒀다.

또한 OS 버전 명명 방식도 연도 기반으로 통일됐다. 예를 들어, iOS 26은 2026년 출시를 의미하며, 향후 운영체제 로드맵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만한 소소한 기능들

발표가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평가 속에서도, 일부 기능은 눈길을 끌었다.

-실시간 통화 번역

iOS 26은 통화 중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한다. 아이폰 사용자끼리뿐 아니라 안드로이드와의 통화에서도 음성을 자동 인식해 번역된 텍스트를 실시간 표시한다. 

-이미지 기반 검색 기능 강화

사진이나 스크린샷을 기반으로 유사 제품을 찾아주는 기능이 강화됐다. 사용자는 특정 이미지를 캡처해 관련 상품이나 정보를 탐색할 수 있으며, AI 쇼핑 추천 서비스와의 연계도 강화됐다.

-통화 자동 응답 및 요약 기능

‘Call Screening’ 기능은 낯선 발신자의 전화를 시리가 대신 받아 내용을 요약해 사용자에게 전달해준다. 이는 스팸 차단과 동시에 중요한 전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필터링 기능이다.

-메시지 앱의 커스터마이징 기능

메시지 앱에서는 사용자 경험 개선이 눈에 띈다. 채팅 배경 꾸미기, 그룹 채팅 내 투표 기능, 스레드별 정렬, 미확인 번호 자동 정리 등 국내 메신저 기능과 유사한 UX가 도입되며 커스터마이징 폭이 넓어졌다. 두 개의 이모지를 결합하여 새로운 이모지를 생성하는 'Genmoji' 기능을 추가했다.

혁신은 없고, 신중함만 남았다

WWDC25 첫날은 애플이 AI 전면전에서 ‘당장은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공식화한 자리였다.

경쟁사들이 생성형 AI 중심의 전략을 빠르게 구사하는 가운데, 애플은 자사 생태계와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을 기반으로 ‘조용한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는 더 빠르고 직관적인 변화를 원한다. 과연 애플이 2026년 예정된 Siri 업그레이드에서 진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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