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키운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 65억 달러에 인수합병
오픈AI가 애플의 ‘미의 아이콘’을 만든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손을 잡고 인공지능 전용 하드웨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AI 기반 소비자 기술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 발표다.
21일(현지시간), 오픈AI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조니 아이브가 공동으로 서명한 성명을 공개하며, 오픈AI가 아이브의 스타트업 ‘io’를 인수·합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전액 주식으로 이뤄지며, 인수 규모는 약 65억 달러(한화 약 8조 9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오픈AI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라고 전했다.
조니 아이브는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탄생시킨 산업 디자인계의 전설적 인물이다. 그는 2019년 애플을 떠난 뒤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LoveFrom)’을 설립해 페라리, 에어비앤비, 몽클레르 등의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이후 그는 애플 출신 스콧 캐넌, 에번스 핸키, 탕 한 등과 함께 새로운 기기 개발을 목표로 스타트업 ‘io’를 설립했고, 오픈AI와 2년 전부터 비밀리에 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이번 인수를 통해 약 55명의 하드웨어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산 전문가로 구성된 io 팀을 전면 흡수하며, 내부에 AI 기기 전담 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혁신을 넘어, AI와 물리적 기기의 결합이라는 차세대 플랫폼 전환을 노린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기존의 컴퓨터 화면을 넘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I 기능을 탑재한 헤드폰이나 카메라 장착 기기 등 다양한 콘셉트가 검토되고 있으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기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샘 올트먼은 “스마트폰이 랩톱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듯, 우리의 첫 제품도 스마트폰을 없애진 않겠지만, 분명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탄생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트먼은 이미 2020년 웨어러블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에 투자해 AI 핀(Pin) 형태의 디바이스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지만, 이번에는 조니 아이브라는 ‘형태의 마법사’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AI 기기로 도전장을 다시 던진 셈이다.
아이브 역시 “지난 30년간 내가 배운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며, 오픈AI와의 협업을 “기술, 디자인, 창의성의 총합이자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기술과 디자인 양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만남은 AI 기반 소비자 기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결정적 한 수’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는 “이 협력은 현재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애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고, WSJ는 “오픈AI와 아이브의 조합이 AI 기기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인수는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올여름 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의 진보와 물리적 경험이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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