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서 초청 이용자 대상 서비스 개시… 안정성 우려도 여전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자사의 자율주행차량 기반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무인교통 시대에 한 발 다가섰다. 시범 운행 도시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테슬라는 이 지역에서 초청받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첫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서비스는 차량당 정액 4.20달러라는 요금에 제공되며,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는 대신 차량 앞좌석에 안전요원이 동승해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10년의 결실”… 머스크의 자평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플랫폼 엑스(X)를 통해 “로보택시 출시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는 10년간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테슬라의 AI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칩 개발은 모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한 결과물”이라며 테슬라의 기술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번 시범 서비스에는 약 10대의 모델Y 차량이 투입됐으며, 로보택시에 탑승한 인원 대부분은 테슬라를 오랫동안 지지해온 팬이나 주주, 그리고 SNS나 유튜브 플랫폼에서 테슬라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일부 탑승자들은 X를 통해 “총 11회 탑승했고, 전혀 문제 없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웨드부시증권의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 역시 로보택시의 성능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구겐하임의 로널드 주시코우 애널리스트는 “출시 당일 오스틴의 일요일은 특별할 것 없이 평온했고, 그 점이 오히려 테슬라 로보택시에게는 매우 좋은 출발”이라며 “공개 영상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로 위 '이상 징후'도
화려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로보택시의 주행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테슬라 로보택시 한 대가 도로에서 잠시 역주행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전문 작가 에드 니더마이어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오스틴 도심에서 로보택시가 주행 경로 밖에 정차해 있던 경찰차를 감지하고 도로 한복판에서 급제동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이러한 목격담은 테슬라가 당면한 기술적 완성도, 그리고 공공안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부각시킨다. 실제로 텍사스 주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공공안전 시민단체들은 서비스 연기를 요청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오는 9월부터 텍사스에서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허가증 취득을 의무화하는 새 법안이 시행될 예정인데, 이들은 해당 법안이 발효되기 전까지 테슬라가 서비스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웨이모·바이두 등 경쟁사 앞선 기술력 따라잡을까?
테슬라는 한때 자율주행 기술의 선구자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웨이모(Waymo)와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고(Apollo Go), 위라이드(WeRide), 포니.ai(Pony.ai)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웨이모는 이미 상업용 로보택시를 본격 운영 중이며, 주당 25만 회 이상, 누적 1,000만 회 탑승을 돌파했다. 바이두 아폴로고는 누적 1,100만 건을 넘어섰다. 이들 업체는 라이다, 레이더, 고정밀 HD맵을 결합한 복합센서 기반 자율주행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 ‘비전 AI’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생산 비용 절감과 차량 대중화에는 유리하지만, 도로상 장애물 인식이나 돌발 상황 대응 측면에서는 더 까다로운 기술적 난제를 안고 있다. 오스틴 시범 운행에서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의 ‘감독 없는 버전’을 처음 도입했으나, 일반 테슬라 차량 소유주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로보택시, 테슬라의 반전 카드 될까
이번 로보택시 출시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적 둔화에 시달리는 테슬라의 반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 라인업의 노후화, 글로벌 EV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서 머스크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기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내년 말까지 미국 전역에 수십만 대, 또는 백만 대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향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주행보조 시스템 관련 사고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향후 규제 환경 변화가 로보택시 확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은 도로에 있다”…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이번 오스틴에서의 시범 서비스는 제한된 범위에서 진행됐지만, ‘무인차량에 돈을 내고 탑승한 실제 이용자’가 생겼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기술적 과제와 규제의 벽, 사회적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의 미래는 이제 연구소나 컨퍼런스가 아닌 도로 위에서 시험받고 있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 그리고 그 자동차에 올라탄 고객. 테슬라가 그린 미래가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 방향이 올바른지의 여부는 앞으로 수백만 번의 실제 주행이 증명하게 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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