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라는 내러티브의 화성인

몰입을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을 해부합니다

 

이미지=SORA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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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카셰어링 회사에 다닐 때 신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모델3 예약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이후 속속 업데이트되는 모델3에 대한 정보와 나의 삶의 양식의 불일치를 지켜 보며 미래에 대한 체험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테슬라는 오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내 일상에 그대로 남았다. 트위터(지금의 X)를 켜면 그가 있었고, 로켓이 착륙하면 박수를 치게 되었고, 밤하늘을 수놓은 스타링크를 보며 문득 ‘그가 진짜 세상을 바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의 진짜 직업은 CEO가 아니라 ‘서사 설계자’ 아닐까 싶다.

머스크의 내러티브는 단순한 비즈니스의 성공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구가 말 안 들으면, 화성으로 간다”는 21세기형 대이동 신화다.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스타링크, xAI까지 그는 매번 불가능한 것을 선언하고, 그걸 진짜 해낸다. 기술로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이 과장된 플롯은 놀랍게도 매번 설득력을 얻는다. 왜냐하면 그는 진짜로 하니까. 애플은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시리의 이후 AI버전을 일론은 불과 얼마 안되는 시간을 갖고 출시했다.

머스크 내러티브의 전개는 늘 비슷하다. “그건 안 돼” , “진짜 한다고?” , “헉, 했어!” , “그 다음은 뭐야?” 이 구조는 스티브 잡스의 플롯과도 닮았다. 다만 잡스가 ‘내 손안의 세계’를 설계했다면, 머스크는 ‘인류가 이주할 세계’를 건축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만큼, 더 매혹적이다.

문학 속 캐릭터로 보자면,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다. 진리를 향해 욕망과 손잡은 지식인.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했다면, 머스크는 트위터(X)를 샀다. 그것도 아주 통째로. 그리고 이름을 ‘X’라 바꾸며 공론장의 주인이 되었다. 기술·우주·뇌·금융·언론. 이제는 정치까지. 이쯤 되면 “세상에 손 안 댄 게 뭐지?” 싶은 상황이다.

머스크의 핵심 내러티브는 ‘경계 파괴’다. 산업의 벽을 넘고,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흐리며, CEO와 국가 리더의 역할마저 겹쳐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국가 업무까지 맡았었다. 바로 ‘정부효율화조직(DOGE)’ 장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개혁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진짜로 행정의 몸통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예산 삭감, 관료제 개편 혁신의 도끼가 정치판까지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정치 서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가 추진한 초대형 예산안 ‘One Big Beautiful Bill’에 대해 머스크는 “역겹고 비효율적인 괴물”이라며 정면 비판했고, 트럼프는 “그딴 식이면 정부계약 다 끊겠다”며 응수했다. 결국 머스크는 DOGE 장관직에서 물러났고, 백악관에서 쫓기듯 퇴장했다. 이 장면, 딱 영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8의 삭제된 결말 같다.

한편 그는 이 혼란의 와중에 AI 신모델 ‘Grok 3’를 전격 공개하고 X와 연계하며, 기술 서사의 중심으로 되돌아왔다. 화성, 전기차, 뇌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젠 공공정책과 AI까지. 그는 언제나 다음 내러티브를 쥐고 있다. 어제는 장관이었고, 오늘은 다시 천재다. 내일은 글쎄, 농담처럼 대통령 출마선언을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여기 있다. 그는 현실의 룰에 얽매이지 않는다.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면서도 이상주의자이고, 거침없는 독설가이면서도 반려견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다. 그는 언제나 강자처럼 굴지만, 아이처럼 호기심을 품는다. 마치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처럼, 신의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주려는 사람.

하지만 위기도 분명 존재한다. 머스크가 기술보다 ‘권력의 언어’에 몰입할 때, 그의 내러티브는 믿음을 잃는다. 비전은 감동을 주지만, 감정 없는 해고나 충동적인 트윗은 경계심을 부른다. 기술이 감정을 잊을 때, 서사는 산산이 부서진다.

그리고 트럼프와의 최근 갈등은 그 내러티브에 새로운 주석을 달아주었다. 한때는 보수 진영의 우군처럼 보였던 그가, 이제는 트럼프의 직접적인 비판자가 되었다. “나는 누구의 꼭두각시도 아니다”라는 그의 선언은 기술과 정치, 서사와 권력 사이에서 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새로운 장면이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이렇다.

“그 다음 이야기는, 어디로 가나요 머스크?”

신승호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 발행인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PD로 콘텐츠 마케팅, 채널 아이덴티티티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뉴미디어/커머스 사업총괄, 이머시브 테크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으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내러티브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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