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포켓몬

 

몰입을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을 해부합니다

 

우리 집 거실은 포켓몬 카드 배틀장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포켓몬 카드를 들고 대결을 펼친다. 한쪽에서는 닌텐도 스위치로 포켓몬 게임에 몰두한다. 주말이면 포켓몬 Go를 핑계 삼아 산을 오르며 현실 속 포켓몬을 사냥한다. 이렇게 포켓몬이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모습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다. 포켓몬은 수집과 진화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포켓몬의 핵심은 ‘진화’와 ‘성장’이다. 처음엔 약하고 귀여운 피카츄가 배틀을 거치며 강한 라이츄로 변신하고, 꼬부기가 거북왕으로 거듭난다. 이 과정은 그저 레벨업이 아니라 자신이 키운 존재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순간이다. 이 진화 과정은 창시자 '타지리 사토시'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자연 속에서 곤충이 점차 강해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장면을 디지털로 옮겨온 것이다.

포켓몬 카드는 이러한 진화의 개념을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포켓몬 카드를 수집하고, 배틀을 통해 경험치를 쌓으며 카드의 진화 단계를 체험한다. 이때 느끼는 성취감은 자신이 직접 키운 포켓몬이 더 강한 존재로 변모하는 데서 비롯된다. 카드는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자신이 애정을 쏟은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일종의 기록물이다.

포켓몬 Go는 이 경험을 현실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스마트폰을 들고 공원과 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는 과정은 과거 타지리 사토시가 곤충을 채집했던 경험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아이들은 화면 속 포켓몬을 현실 공간에서 만나고, 이를 통해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포켓몬의 진화는 단순히 게임 속 이벤트가 아닌, 내가 키운 존재가 한 단계 더 강해지는 상징적 과정으로 다가온다.

닌텐도 스위치에서의 포켓몬 게임은 이러한 진화와 성장을 더욱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포켓몬 배틀에서 경험치를 쌓고, 포켓몬이 성장할수록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이때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포켓몬이 점차 강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포켓몬은 단순히 싸우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키운 존재가 강해지고 변화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플랫폼인 셈이다.

포켓몬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작고 약한 존재도 꾸준한 노력과 성장을 통해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이 서사는 단순한 게임의 규칙을 넘어, 메타버스와 AR 콘텐츠에서도 강력한 확장 가능성을 지닌다.

포켓몬을 보며 자란 세대들이 이제 성인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대세가 된 배경에도 포켓몬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작은 존재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성장과 진화의 서사는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매력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신승호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 발행인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PD로 콘텐츠 마케팅, 채널 아이덴티티티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뉴미디어/커머스 사업총괄, 이머시브 테크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으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내러티브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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