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⑤ 오은영 박사
몰입을 만들어 내는 서사의 힘을 해부합니다.
육아는 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아이를 안아주려다 울게 만들고, 화를 참으려다 결국 소리를 지르고,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엇나간다. 그러고는 매일 밤 후회한다.
“오늘도 나는 또 아이에게 실수했네…” 그렇게 자책하면서 아내가 인스타 DM으로 보내 온 육아 조언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상당한 점유율로 그 속엔 늘 익숙한 이름이 있다. 오은영.
그녀는 어느 날, 화면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럴 수 있어요.”
처음엔 아이를 향한 조언처럼 들렸다. 그런데 곧 알게 되었다. 그 말은 아이만이 아니라,나에게도 필요한 말이었다는 걸. “당신도 괜찮아요.” 그 짧은 한마디에 마음이 풀렸던 순간이 있었다. 오은영 박사는 단순한 육아 전문가가 아니다. 그녀는 감정 중심 육아 시대의 문을 연 상징이며, 감정의 언어를 보편화한 시대의 설계자다.
하지만 그녀의 내러티브는 때로 피로를 불러오기도 했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보라”는 말은 누군가에겐 깨달음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왜 또 나만 문제야?”라는 자책으로 돌아왔다. 공감이 반복되면, 그 공감마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이제 그녀의 이름은 ‘금쪽같은 내새끼’, ‘오은영 리포트’, ‘오은영 사전’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시스템이자 브랜드가 되었다. 감정은 위로가 아니라 포맷이 되고, 상담은 돌봄이 아니라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말한다.
“오은영식 육아, 나한텐 좀 벅차요.”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녀는 아이를 바꾸는 법을 가르친 게 아니라, 부모가 스스로 바뀌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라는 것을. 그 변화는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바쁘고 지친 하루, 퇴근 후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괜찮은 부모다. 실수해도 괜찮고, 조금 덜 완벽해도 괜찮다. 우리 모두 태어나서 부모는 처음 해보는 것이니깐.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 오은영의 내러티브는 그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여기에, 진화심리학이 덧붙여주는 통찰이 있다. 인간의 뇌는 원래부터 자기 자식에게 유난스럽게 민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 조상은 아이가 울면 맹수에게 들킬까 봐 극도로 긴장했고, 그 긴장감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과잉 반응’으로 남아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밥을 안 먹기만 해도 큰일이 난 것처럼 느껴지고,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를 심하게 탓한다. 이건 뇌가 이상한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유전적 본능’이 작동 중이라는 증거다.
하지만 지금은 맹수가 없고 (대신 층간소음에 민감한 이웃은 있지만), 아이도 울음을 통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시대다. 우리는 이제 본능 너머의 영역에서, 감정을 읽고, 존중하고, ‘내가 괜찮아야 아이도 괜찮다’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부족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본능을 넘어 관계를 배우고 있는 우리 모두는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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