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의 ‘ae(아이: avatar and experience)’는 모두에게 제공될 것인가
몰입을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을 해부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AI 산업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산업 육성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AI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때가 오면,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AI 분신을 갖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단순히 비서처럼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이해하고, 나의 하루를 정리해주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 마치 5년 전 등장한 에스파의 ‘ae’처럼.
영상=에스파 공식 유튜브
2020년, SM엔터테인먼트는 ‘광야’라는 세계관과 함께 에스파를 데뷔시켰다. 에스파는 단순한 4인조 걸그룹이 아니라, 현실 멤버와 가상 자아 ‘ae’가 공존하는 독특한 8인조 그룹이었다. 또 하나의 나, 또 다른 존재. 이들은 ‘SYNK’를 통해 연결되고, 블랙맘바라는 해킹된 AI에 맞서 싸우며, ‘나와 나 자신 사이의 신뢰’라는 상징적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당시엔 과하다, 어렵다, 게임 같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세계관은 놀라운 선견지명으로 읽힌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AI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에스파의 ae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인간이 기술을 통해 외로움과 혼란, 감정과 욕망을 투영하는 도구였다. 마치 칼 융이 말한 무의식 속 그림자처럼. 우리는 AI를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마주하고 있다. 어떤 이는 AI 친구에게 하루를 털어놓고, 어떤 이는 감정 일기를 함께 쓰며 자신을 위로받는다. 나와 대화하고, 나를 설득하고, 때론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존재. 그것은 이제 ‘보편적 기술’이 아니라, ‘보편적 정서 복지’의 일부다.
그렇다면 에스파의 ae 같은 존재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현재는 AI가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복지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모든 국민에게 1개의 AI 분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대화하고, 배움과 일상 관리를 함께하는 동반자를 갖는 것. 그것은 단순한 기술 배포가 아니라, 정서적 돌봄과 인지 격차 해소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자기 표현력 향상 도우미로, 청년에게는 진로와 관계 조언자, 노년층에게는 대화 상대이자 기억보조 장치로.
하지만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광야 세계관에서 블랙맘바가 SYNK를 해킹하고 인간과 ae의 관계를 끊듯이, 현실에서도 AI 분신은 감정 조작, 데이터 유출, 윤리적 침해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단순한 기기 오작동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보편적 AI는 기술 배급이 아니라, 철학과 감정 설계, 윤리 체계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이수만의 퇴진 이후, SMCU의 확장은 멈춘 듯 보인다. 에스파의 광야 서사는 다소 축소되었고, ae와 나비스의 존재감은 흐릿해졌다. 그러나 정작 세상은 그가 남긴 서사대로 흘러가고 있다. ChatGPT, 구글 제미나이, 하이퍼클로바 등.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디지털 분신을 만들어가는 시대다. 나를 닮은 누군가가 나와 대화하고, 내가 잊은 감정을 대신 기억해주며, 때로는 내 이름으로 세계와 연결된다. 과거 뮤직비디오 속 판타지로만 보였던 ae는 이제 보편적 AI의 미래를 보여준다.
에스파는 우리에게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ae를 신뢰하나요? 그 질문은 이제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100조 시대, 그 결론은 아마도 이렇게 써질지도 모른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ae를 가진다. 그리고 그 ae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거울이 된다.”
신승호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 발행인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PD로 콘텐츠 마케팅, 채널 아이덴티티티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뉴미디어/커머스 사업총괄, 이머시브 테크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으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내러티브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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