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알고리즘이 바꾼 권력 지형도,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상속자가 된 시대

 

영상=THEBLACKLABEL 공식유튜브 / 'FAMOUS' 뮤직비디오

2025년 6월23일, 신세계 정유경 회장의 딸이 'ALL DAY PROJECT (올데이프로젝트)' 멤버로 정식 데뷔했다는 소식이 화제다. 올데이프로젝트는 애니,타잔,베일리,우찬,영서로 구성된 혼성 5인조 그룹이다. 과거 같으면 재벌가 자녀가 연예계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 변화는 하나의 시대적 전환점을 상징한다. 왜 하필이면 지금, 그것도 유통 대기업의 상속인이 대중문화라는 링 위에 올라선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오늘날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글로벌 IP의 영향력이 기존의 권위, 특히 자본 권력보다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 과거에는 독점적 미디어와 광고대행사, 유통 플랫폼이 콘텐츠와 대중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며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오늘날 알고리즘 기반의 플랫폼은 중간자를 우회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심지어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안에서도 콘텐츠 크리에이터 개인이 직접 팬을 모으고, 브랜드를 형성하며, 경제적 수익을 창출한다.

그 결과, '누가 자본을 가졌느냐'보다 '누가 몰입할 서사를 만들고, 팔로워를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과자를 밝히면 농심의 주가가 움직이는 세상. 글로벌 셀럽의 한마디가 브랜드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세상. 이 흐름에서 재벌가의 딸이 걸그룹 데뷔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취향이나 취미가 아니다. 그는 알고리즘과 결합한 IP의 힘이 자본보다 더 파급력이 크다는 걸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한 사람일 수 있다.

이제 콘텐츠 IP는 단순한 소모재가 아니다. 기업과 재벌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크리에이터, 웹툰, 유튜브 채널, 이모티콘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브랜드이며, 팬덤과 몰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제를 만들어낸다. 과거에는 자본이 콘텐츠를 소유했지만, 이제는 콘텐츠가 자본을 움직인다.

이런 흐름에서 우리 같은 스마트워커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자신만의 내러티브 서사와 IP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둘째, 플랫폼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적 감각이 필요하다. 셋째, 더 이상 조직의 간판이나 자본의 후광이 아닌, 나만의 ‘팔로워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영상=THEBLACKLABEL 공식유튜브 / 'WICKED' 뮤직비디오

결국,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크리에이터처럼 사고하고, 브랜드처럼 존재하며, 알고리즘처럼 움직여야 한다. 이제 누구나 재벌처럼 자본을 가질 수는 없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처럼 영향력을 가질 수는 있는 시대다. 그리고 이 변화의 최전선에는, 예상치 못한 도전을 택한 한 재벌가 딸의 선택이 있다.

신승호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 발행인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PD로 콘텐츠 마케팅, 채널 아이덴티티티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뉴미디어/커머스 사업총괄, 이머시브 테크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으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내러티브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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