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가능한 구조와 기여의 흔적이 당신을 살린다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있다. 다양한 성장 경험 속에서 진화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워커를 위한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일 잘하는 사람이 점점 손해 보는 느낌
감으로 방향 잡고, 끈기로 밀어붙이고, 눈치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예전엔 통했다. 조직의 ‘일잘러’는 늘 한두 명이었고, 나머진 감탄하며 따랐다. 하지만 이젠 감으로 일하면 감당이 안 된다. 슬랙은 쉴 틈 없이 알림이 울리고, 챗GPT는 일주일 만에 팀장급 실력을 갖췄고, 회의는 점점 ‘사람보다 툴이 더 똑똑한 회의’가 되어가고 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결과물은 팀 툴 속에 묻히고, 공은 누구한테 돌아갔는지 모를 때. 요즘 일엔 ‘효능감’이 잘 안 따라온다.
“요즘 왜 이렇게 업무가 많지?” 싶은 날,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작업(task)’ 중심이라서 그렇다. 보고서, 기획안, 회의자료, 회의 요약… 하나하나 다 하다 보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반응’만 하게 된다. 여기서 필요한 건 ‘작업 분해’가 아니다. ‘패턴 설계’이다.
예를 들어 기획서를 써야지라는 추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시장 조사 > 경쟁사 분석 > 구조 설계 > 디자인 작업 > 발표준비. 이렇게 쪼개고 정리하고 반복 가능한 ‘패턴’으로 만들면, 챗GPT도 도와주고, 내가 어디서 시간을 많이 쓰는지도 보인다. 업무가 구조화 되어 분해가 되어야, 조직 밖에 있는 수많은 긱워커(Gig Worker)나 에이전시 파트너들과 협업을 할 수 있다. 내 일의 ‘룰’을 만들면, 일은 내가 아니라 시스템이 할 수 있게 된다.
성과보다 효능감이 중요한 이유
팀장이 “고생했어”라고 해도,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애매하고, 내가 정리한 인터뷰가 결정에 반영된 줄도 모르겠고, 내가 챗GPT에게 일을 시킨건지, 챗GPT가 시킨 일을 내가 하고 있는건지 구분이 안 갈 때… 우리는 그걸 ‘효능감 없음’이라 부른다.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가 말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란 게 있다. “내가 한 일이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느낌. 이 감각이 없으면, 아무리 성과가 나도 기쁘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효능감이 생길까? 답은 심플하다.
하나는 패턴, 하나는 피드백이다.
먼저 패턴이다. 내 업무를 구조화해두면, 반복될수록 똑똑해지고, 도와줄 AI도 늘어나고, 협업도 쉬워진다.
피드백은 가시화가 필요하다. 내 작업물이 어디에 쓰였고, 어떤 결정에 반영됐고, 누구에게 영향을 줬는지. 메신저에 “좋아요” 하나보다, 문서에 “이거 참고해서 최종 결정했어요” 한 줄이 더 값지다.
요즘 뇌과학은 말한다. 인간의 쾌감은 ‘보상’보다 ‘기여감’에서 더 오래 지속된다. 누군가 내 일을 봤고, 반응했고, 반영했다는 흔적. 이게 있어야 뇌가 “이 일, 잘했어”라고 승인 도장을 찍게 된다.
이제는 일을 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일은 ‘패턴’으로 만들 수 있는가? 누가 이 결과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할까? 이 흐름에 챗GPT는 어떻게 붙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습관화하면, 일은 덜 헷갈리고 효능감은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다.
결국 ‘일을 잘한다’는 건, 감이 아니라 패턴을 짜는 능력이고, ‘일이 즐겁다’는 건, 내 흔적이 남는 구조를 만든 결과다. 감으로만 일하던 시대는 끝났다.이제는 구조화된 흐름 속에, 나의 기여가 반영되는 세상이 온다. 일은 패턴이, 효능감은 내가. 그렇게 우리, 매일 조금씩 성장하면 된다.
신승호 KMJ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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