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AI를 이긴 이유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일을 통해 성장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 워커를 위한 가이드.
지난 주말, 영화관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관람했다. 익숙한 액션 장면과 숨 막히는 추격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불가능한 미션을 완수해낸다. 그런데 이번 미션은 다르다. 인공지능 NTT가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예측할 수 없는 함정들을 설계한다. 인간이 AI의 완벽한 계산을 이길 확률은 고작 0.1%. 하지만 결국 톰 크루즈는 그 0.1%의 가능성을 붙잡는다.
그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뛰어난 신체 능력이나 기지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믿을 만한 동료들과의 연대를 통해 AI의 허점을 공략한다. 인간의 끈기, 팀워크, 직관이 AI의 냉정한 계산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문득 생각했다. 이제 우리 현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AI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점점 좁아진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매력, 공감 능력, 창의성 같은 것들은 여전히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듀얼브레인 ( Co-Intelligence/Mollick, Ethan)이라는 책에서 AI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항상 AI를 초대하라. AI를 단순히 보조 도구로만 쓰지 말고,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부터 문제 해결 과정까지 모든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AI는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점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창의적인 동료가 될 수 있다.
둘째, 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하라.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최종적인 판단과 맥락적 해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는 논리적이지만 공감하지 못한다. 데이터는 분석하지만, 그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파급 효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인간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셋째, AI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라. AI에게 추상적인 지시를 내리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데이터 분석해줘’가 아니라, ‘2024년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 예상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줘’처럼 구체적인 역할과 목표를 명확히 정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AI는 숙련된 인턴처럼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점점 더 효율적인 동료로 성장할 수 있다.
넷째, 현재의 AI를 최악의 AI로 간주하라. AI는 지금도 충분히 놀랍지만, 앞으로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AI는 우리에게 ‘학습의 기회’로 여겨야 한다. 지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 한계와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 학습조차 필요 없는 UX가 등장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직접 사용해보며 AI의 진화 방향을 체감하는 것이 더 큰 배움이 된다.
이 네 가지 원칙은 AI를 단순히 자동화 도구가 아닌, 창의적 동료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매력과 취향이다.
AI는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는 있지만,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하거나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톰 크루즈가 NTT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계산된 전략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끈끈한 연대와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의 집념이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역량은 인간 고유의 능력들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에너지와 진정성, 사건의 흐름을 설계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 상대방의 심리를 읽고, 공감하며 설득하는 기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힘 등등. 그리고 이러한 능력들은 단순히 데이터 분석이나 숫자 계산만으로는 배울 수 없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이는 감각과 감정이 밑바탕이 된다.
해외여행에서 만난 낯선 문화, 어린 시절 들었던 음악과 영화, 예상치 못한 실패와 그로 인한 반전의 기회. 그리고 관심사에 따라 읽었던 수많은 책들.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세상일수록, 사람의 개성과 취향은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개성은 단순히 책상 앞에서 공부하거나 데이터만 분석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느끼고, 부딪히고, 실수하면서 쌓이는 경험들이 곧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우리도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인간다움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이다.
신승호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 발행인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PD로 콘텐츠 마케팅, 채널 아이덴티티티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뉴미디어/커머스 사업총괄, 이머시브 테크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으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내러티브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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