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커서 도입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있다. 다양한 성장 경험 속에서 진화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워커를 위한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요즘 스타트업 리더들과 커피를 마시다 보면 빠지지 않는 화두가 하나 있다. “GPT가 잘해, 진짜 잘해. 신입보다 나아.” 이 말을 농담처럼 던지지만, 그 안에 담긴 긴장감은 진지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신입 개발자 채용이 뚝 끊긴 지도 오래고, 코딩 보조 AI들이 매일 한 줄씩 인간을 압박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에서도 그런 전환점이 찾아왔다. 네이버가 전사적으로 도입한 AI 코딩 보조 플랫폼 ‘커서(CURSOR)’ 이야기다.
MIT 출신들이 만든 커서는 단순 자동완성 기능을 넘어선다. 코드 작성은 물론 디버깅, 테스트, 심지어 반복되는 구조 리팩토링까지 처리한다. 이 AI는 이제 네이버 사내 4,500명에게 배포됐고, 비개발 직군인 기획자와 디자이너에게도 퍼져 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조직 구조 자체의 리디자인이다.
우리 시대의 신입, 특히 코딩하는 신입들은 왜 점점 사라지는가? 신입 개발자는 보통 단순한 구현 업무부터 시작한다. CRUD 작업, 화면 레이아웃, 테이블 연결, API 정리 같은 기초작업들이다. 그런데 그 작업들이 지금 커서가 더 빠르고 더 안정적으로 해낸다. GPT가 코드를 쓰고, 시니어가 리뷰하고, 결과물이 나온다. 굳이 신입이 필요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 변화가 개발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획자는 기획서를 쓸 때, 디자이너는 프론트 코드를 정리할 때, 마케터는 A/B 테스트 자동화를 할 때 커서를 쓴다. 점점 더 많은 업무가 AI와 협업되는 중이고, 점점 더 많은 신입이 “넌 아직 없어도 돼”라는 메시지를 듣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뽑게 될까? 커서 이후의 채용은 단순히 “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AI를 도구로 쓰며, 그 결과물을 판단하고, 맥락에 맞게 수정할 줄 아는가”로 바뀐다. 이른바 프롬프트형 인재, 솔버형 신입, 협업형 기획자. 더 적게 뽑지만, 더 똑똑하게 뽑고, 더 명확한 역할을 기대한다. 그래서 커서가 가져온 진짜 변화는 채용의 축소가 아니라, 기준의 상승이다.
물론, AI 시대에도 신입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신입은 “성장할 사람”이 아니라 “지금 당장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GPT와 대화하며 요구사항을 구조화하고, 커서의 제안 결과를 검토해 코드 리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실습이 아니라 실전이 되는 시대, “배워서 하겠습니다”는 설득력이 없다.
어쩌면 슬픈 이야기다. 지금 막 첫 회사에 입사한 사람은 옆자리 GPT와 경쟁해야 하고, 커서의 속도에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피할 수 없다면, 더 잘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AI를 쓰는 사람인가, AI에 대체되는 사람인가?”
이제 커서는 시작일 뿐이다. 향후 몇 년 내, 우리는 네이버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AI 도입 > 채용 재설계 > 인재 기준 변화’라는 흐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일희일비하며, 성장할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은 이전과 다르게.
신승호
코리아메타버스저널 발행인.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CPND)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브랜드 구축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 PD로 콘텐츠 마케팅과 채널 아이덴티티 전략을 담당하며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뉴미디어 사업 총괄, 이머시브 테크 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 총괄을 맡으며 콘텐츠와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이자 메타플래닛 대표로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일의 미래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 [신승호의 일희일비] 플랜B가 아닌 애프터A를 고민하라
- [신승호의 일희일비] AI시대 인수인계
- [신승호의 일희일비] 제미나이가 회의를 주도하는 날
- [신승호의 일희일비] 미션 임파서블: AI가 놓친 0.1%의 기회
- [신승호의 일희일비] 멀티버스, 다중직업의 시대가 왔다
- 네이버, AI 코딩 어시스턴트 ‘커서’ 전면 도입...“AI는 모바일·인터넷급 대격변”
- 구글, 개발자용 'AI 코딩 에이전트' 출시…오픈AI와 경쟁
- [신승호의 일희일비] 효능감이 사라진 시대, 일은 어떻게 해야 즐거운가
- [신승호의 일희일비] 가짜 일 말고, 진짜 일을 하자
- [신승호의일희일비] 바쁜 것도 괴롭고, 한가한 것도 괴롭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