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배운다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있다. 다양한 성장 경험 속에서 진화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워커를 위한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2025년 7월,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꺼낸 카드는 ‘조선업 특화 한국형 펀드’였다. 상대에게 제안한 슬로건도 그럴듯하다.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 알려진 바로는 이 기획안은 일본이 며칠 먼저 미국과 타결한 ‘550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정밀하게 분해한 결과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일본형 펀드를 하나의 설계도로 보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들어간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완성품을 분해해 설계 원리를 분석하고, 그 구조를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그 원리가 국제정치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우리는 일본 안을 해체해 투자·대출·보증을 명확히 구분하고, 조선업이라는 명확한 산업 대상으로 좁혀 미국 측에 역제안했다. 일본의 협상 결과를 ‘샘플’로 활용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일본과의 협상 논란이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은 똑똑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비망록’ 형태의 문서로 투자 구조를 명확히 정리해, 애매한 해석을 사전에 차단했다. 누가 먼저 협상했느냐보다, 누가 먼저 실수의 구조를 해부했느냐가 더 중요했던 순간이다.
이 전략은 외교만의 무기가 아니다. 비즈니스 전략에서도 강력하게 통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새 서비스 론칭과 함께 예상 밖의 가격 정책을 내세웠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냥 따라하지 말고, 구조를 뜯어보라. 이 가격은 고객 유입용 미끼인가? 원가 절감의 결과인가? 데이터 수집이 진짜 목적일 수도 있다. 겉만 보고 베끼면 흔한 아류가 되지만, 의도와 흐름을 읽고 재설계하면 그건 차별화된 진화다.
브랜드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어느 브랜드가 갑자기 친환경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해서 “우리도 해보자”는 건 너무 단순하다. 그 브랜드가 어떤 시점에, 어떤 고객군을 겨냥해, 어떤 메시지를 골랐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 의도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면, 우리 브랜드에 맞는 서사와 실행 타이밍이 보인다.
이번 외교 사례는 우리가 어떻게 ‘전략적 후발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후발자여서 유리한 경우는 드물지만, 분석력이 있다면 예외가 된다. 먼저 말하는 자가 아니라, 먼저 뜯어보는 자가 이긴다.
협상도, 마케팅도, 경쟁 전략도 모두 완성된 결과가 아닌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의 시대다. 흉내 내지 말고, 해부하자. 그리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시 조립하자. 그게 요즘 시대 스마트워크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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