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보다 낯선 AI 시대, 그래도 본질은 남는다

드라마 '폭군의 셰프' 포스터 / tvN

요즘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화제다. 프랑스 미슐랭 셰프가 조선으로 타임슬립해 수라간 대령숙수가 되고, 절대 미각을 가진 폭군 왕과 대립과 협업을 오가는 이야기. 얼핏 사극 판타지 로맨스 같지만,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꽤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사실 조선 궁중의 수라간은 지금의 회사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자가 있고, 그 밑에 중간 관리자와 수많은 실무자가 있으며, 언제나 누군가는 기회를 잡고 누군가는 잘려나간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연결이 떠오른다. AI가 만들어내는 지금의 변화는, 사실상 타임슬립과도 같다. 갑자기 세상이 뒤바뀌고, 우리가 쓰던 도구와 룰이 무용지물이 되는 느낌. 프랑스에서 쓰던 오븐과 냉장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장작불과 솥만 남아 있는 상황. 지금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어제까지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붙잡고 있던 사람이 오늘은 챗GPT와 코파일럿을 다뤄야 한다. “이게 뭐지?”라는 당혹감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건 도구가 아니라 본질을 아는 사람이다.

AI 시대의 직장은 조선 수라간만큼이나 권력과 관습으로 가득하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무기 삼아도, 보고 라인을 건너뛰면 바로 찍힌다. 연지영이 프랑스 요리를 무작정 들이밀었다가 곤란해진 것처럼 말이다. 조직에도 암묵적 ‘조선의 법도’가 있다. 혁신은 필요하지만, 그 혁신이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윗 상사의 눈초리 정도는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리더라는 존재. 드라마 속 왕 이헌은 폭군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정직한 미각을 가졌다. 맛있으면 솔직히 인정한다. 회사에도 이런 리더가 있다. 평소에는 까칠하고 권위적인데, 진짜 성과에는 묘하게 흔들린다.

리더는 두려움보다 존경에 움직인다. 문제는 그 존경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뿐. 하지만 우리가 낼 수 있는 건 결국 결과물, 그리고 실력이다.

경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궁중 요리사들이 늘 경합을 벌이지만, 연지영은 동료와 협력하며 자신의 무기를 살린다. 현대 직장인도 같다. 옆자리 동료를 경쟁자로만 보면 스트레스만 늘어나고, 친구로만 생각하면 나의 발전은 그대로다. 건강한 생존법은 ‘적과 동지 모드 전환’을 자유롭게 하는 능력이다. 프로젝트는 함께 완수하되, 승진은 각자 도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다. 연지영의 요리가 특별한 건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다. 그녀의 스토리, 세계관이 담겼기 때문이다. 현대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그냥 “일 잘하는 사람”은 금세 잊히지만, “나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오래 기억된다. 커리어에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이건 누구답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대체 불가능해진다.

드라마 속 주방은 작은 사회다. 폭군과 셰프의 대립, 그리고 협력은 지금 우리의 직장 생활을 압축한 은유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갈등으로 부딪히며, 새로운 요리를 내놓기 위해 애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철학과 브랜드를 키워가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우리를 살아남게 만들고, 언젠가 왕도, 아니면 AI마저도 설득하는 힘이 될 테니까.

신승호 KMJ발행인

일喜일悲 _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있다. 다양한 성장 경험 속에서 진화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워커를 위한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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