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가능한 구조만이 살아남는다

이미지 = 구글랩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말, 겸손의 표현일까, 아니면 인생의 진실일까? 대부분의 경우, 후자에 가깝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의 위치를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곡점들이 연쇄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창 시절 꿈꾸던 진로와 지금의 모습이 정확히 일치하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들, 실패나 낙오로 여겨졌던 그 시기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음을 알게 된다.

일탈이 열어주는 가능성

직장에서의 ‘일탈’은 종종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안정된 회사를 떠나 스타트업에 합류하거나, 전혀 다른 분야로 이동하거나, 주류의 흐름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는 것. 이 모든 선택들은 때론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비정형적인 결정이 예상하지 못한 기회의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의 뇌가 일관성보다 변화와 예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변화가 일어날 때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며, 새로운 신경 연결을 활성화시킨다. 결국 ‘일탈’은 뇌를 각성시키고, 감춰진 잠재력을 깨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기업도 일탈하며 성장한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 서비스에서 시작했지만, 기술 흐름과 고객 행태를 읽고 과감하게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이 ‘일탈’이 넷플릭스를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만든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구글의 Gmail과 Google Maps 또한 ‘20% 시간 정책’이라는 일탈의 장치에서 탄생했다.

본업과는 다른 실험적 시도가, 오히려 본업보다 더 강력한 미래를 만들어낸 셈이다. 일의 변종이 일의 미래가 되는 순간, 진짜 혁신이 시작된다. 

개인의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계획한 길’만 걸었다면 지금의 나 역시 없었을 것이다. 광고기획자로 시작해 편성PD, 브랜드 마케터, 플랫폼 전략가, 그리고 지금은 KMJ발행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여정엔 단 한 번도 ‘예정된 커리어’는 없었다.

그때그때 흘러들어온 기회와 방향 전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질문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태도를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전환은 결국 하나로 이어져 한 사람의 서사가 되었다.

‘설계’의 시대, 일탈을 담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완벽한 계획보다, 유연한 설계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는 너무 빠르고, 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그렇기에 전략은 정교한 로드맵이 아니라, 변이를 품은 구조이어야 한다.

당신의 커리어 안에는 ‘일탈’을 위한 여지가 있는가? 새로운 방향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것을 시도할 용기가 있는가?  실패도, 우연도, 엉뚱한 시도도 포함할 수 있는 설계야말로 진짜 전략이다.

일탈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시대. 우리는 앞으로 더 빠른 피드백, 더 많은 실패, 더 다양한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고정된 계획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신 유연하게 흐르고, 변이하며, 살아남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라는 말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커리어의 완성이다. 그러니 묻자. 당신의 다음 일탈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신승호 KMJ 발행인 

일喜일悲 _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있다. 다양한 성장 경험 속에서 진화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워커를 위한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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