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와 루키, 로봇이 배달하는 도시의 내일

물류업계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구간은 어디일까. 바로 라스트마일(last mile)이다. 물건이 항구에 도착하고, 물류센터에 집결되는 것까지는 첨단화가 많이 이뤄졌다. 문제는 고객의 현관 앞까지다. 이 짧은 구간이 전체 물류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효율이 크다.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교통체증·주소 오류·날씨 등 변수가 끝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제 이 라스트마일에 로봇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배민의 ‘딜리’, 네이버의 ‘루키’, 요기요의 자율주행 로봇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배달로봇 루키 / 사진 = 네이버
네이버 배달로봇 루키 / 사진 = 네이버

라스트마일의 특징은 짧지만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단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고, 주차·엘리베이터·문 앞 배치라는 단순 업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람에게는 피로하고 단조로운 일이지만, 로봇에게는 최적화된 임무다. 폭우나 미세먼지, 늦은 밤길 같은 위험 요인까지 로봇이 대신해준다. 사람은 단순 운반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와 관계 관리자의 역할로 이동한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변화가 보인다. KMJ가 위치한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는 배민의 딜리가 직원들에게 커피를 배달한다. 판교 네이버 본사에는 ‘루키(Rookie)’라는 이름의 로봇이 도시락, 커피, 택배를 책상까지 가져다준다. 무려 100여 대의 루키가 28층 건물 안팎을 오가며, 최근에는 옆 건물까지 음료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단일 건물을 넘어 건물 간까지 오가는 모습은 라스트마일 로봇의 진화를 상징한다.

배달앱 업계의 경쟁도 뜨겁다. 배민은 최근 ‘3세대 딜리’를 강남 논현 B마트 구역에 투입했다. 적재량을 세 배로 늘려 2리터 생수 18병까지 실을 수 있고, 배터리 용량도 30% 가까이 확장돼 장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LED 깃대까지 달아 이면도로에서도 눈에 잘 띈다. 더 가파른 길을 오를 수 있어 배달 구역도 넓어지고 있으며, B마트 배송을 넘어 음식 배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요기요 역시 자율주행 로봇 기업 뉴빌리티와 손잡고 송도와 강남 역삼에서 로봇배달을 운영 중이다. 평균 배달 시간이 30분대로 줄며 효율성을 입증했고, 향후 신규 지역과 운영 시간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로봇 전문기업 뉴빌리티가 정밀 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피지컬AI (Phsical AI)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배달로봇은 단순한 재미 요소가 아니다. 라이더 구인난, 근거리 배달 기피, 오르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 차원의 해법이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더 신속하고 안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라스트마일 로봇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자,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다.

흥미로운 건 소비자들이 로봇에게도 감정을 이입한다는 사실이다. 딜리에 귀여운 눈을 달아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의인화 성향을 갖는다. 로봇이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친구처럼 느껴지면, 배달의 만족감은 더 커진다. 그래서 라스트마일 로봇의 경쟁력은 속도뿐 아니라 신뢰와 친근감에도 달려 있다.

앞으로 라스트마일은 로봇이, 라스트터치(last touch)는 인간이 담당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로봇이 현관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더라도, 고객과의 예외 상황을 조율하고 최종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결국 라스트마일은 비용의 무덤이 아니라 혁신의 실험장이 된다.

“택배 왔습니다”라는 말 대신 “로봇 왔습니다”라는 말에 익숙해지는 순간, 라스트마일은 더 이상 막다른 길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신승호 KMJ 발행인 

일喜일悲 _  누구나 일을 하며 기쁠 때와 슬플 때가 있다. 다양한 성장 경험 속에서 진화 중인 우리 시대 스마트워커를 위한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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