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움직이되, 깊게 생각하는 사람의 조건

이미지=SORA생성
이미지=SORA생성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말은 안 되지만 경력직 신입이 인기다. 이제 회사는 “배우겠습니다”보다 “바로 투입 가능합니다”에 가까운 사람을 원한다. 말하자면 실전형 인재. 배우는 시간을 기다려주던 시대는 끝났다.

대규모 공채는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기본이 되었다. 한쪽에선 정년 연장을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AI가 업무를 대체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첫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은 멈춰서 있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무 일찍부터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7세에 영어유치원, 초등학교 땐 코딩과 스피치 학원, 중학교 때 고등수학, 고등학교 땐 진로를 정해 학생부를 완성하고, 대학교에선 인턴과 대외활동을 섭렵하며 ‘완성형 신입’이 되기 위해 경주했다.

K 문화의 세계적 대중화도 어쩌면 이런 ‘태릉선수촌식 성장’을 거친 K전사 직장인들 덕분 아닐까. 무대 위 각도 하나 틀리지 않는 퍼포먼스, 10부작에 인생을 집어넣는 스토리라인, 촌철살인 자막까지… 이 모든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극단의 경쟁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모두가 앞당겨 준비하고, 미리미리 알아야만 살아남는 구조는 결국 ‘소진’을 예고한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선행학습이 아닌, 선행몰입. ‘해봤다’보다 중요한 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KMJ에도 최근 인턴이 들어왔다. 신입이지만 감각이 살아 있다. 경력은 짧지만 몰입은 깊다. 무엇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스스로 묻는 눈빛이 있다.

이 시대에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중요한 건 결국 센스다. 다상량, 다정보, 다시도, 다질문. 그리고 센스. 여러 가능성을 앞서 떠올리고, 시키기 전에 먼저 찾아보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혼자 끙끙대지 않고 묻고, 무엇보다 상황을 읽고 먼저 움직이는 감각이 필요하다. 

결국 ‘경력직 신입’이라는 말은 경력이 아닌 태도의 문제다. 스펙은 쌓을 수 있지만, 센스는 길러지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가장 느리지 않게 따라가는 방법은 단 하나. 미리 해보는 것. 묻고, 상상하고,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아주 사소한 몰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카페에서 혼자 써보는 기획안, 넷플릭스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만들어보는 무언가. 이제는 속도를 내는 사람보다, 리듬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

‘일을 잘한다’는 말의 정의도 바뀌고 있다. 속도가 아닌 방향, 정보량이 아닌 통찰, 정답보다 질문. 우리는 그 변곡점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조금 일찍 도착한 이들은 일이 바뀌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일이라고 불렀던 것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