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존재를 둘러싼 모든 외부적 정의로부터 스스로를 천천히 ‘분리해나가는 사람_블랙핑크 제니 JENNIE

몰입을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을 해부합니다

들기만 하면 완판. 좋아한다고 말한 과자 하나에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출렁인다. 샤넬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2018년부터 역사를 함께 써온 얼굴이자, 2025년 코첼라의 중심에 선 가장 강렬한 솔로 아티스트. 제니는 지금, 그 어떤 수식어도 부족한 문화의 아이콘이다.

블랙핑크 시절부터 그녀는 중심이었다. 하지만 솔로 이후, 그 중심의 결은 더 단단하고 깊어졌다.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 브랜드와의 협업, 미디어를 통한 메시지 전달. 그 모든 것이 단순한 ‘스타’의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이자 철학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이 경지조차, 그녀에게도 위기와 오해의 시기를 지나 도달한 결과였다. 2023년, YG와의 전속 계약이 종료될 무렵, 제니를 둘러싼 사적인 이슈와 작품 선택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드라마 The Idol 속 캐릭터는 새로운 시도였지만, 반응은 엇갈렸고, 솔로 커리어는 한동안 섹시 콘셉트 중심의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듯했다.

그 시기, 나는 처음으로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좋아했던 만큼, 더 이상 좋아하지 못할까 봐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이미지와 실재, 스타와 인간 사이에서 생겨나는 어색한 균열.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오해였다. 제니가 변한 게 아니라, 내가 그녀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진화의 신호탄은 ‘ZEN’이라는 곡으로 나타났다.

2024년 말 발표된 이 곡은 콘셉트도, 유행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고요한 선언이었다.

“DOWN NOW.”

그 짧은 문장이, 내가 그녀에게 덧씌웠던 기대와 피로, 평가와 잣대를 조용히 무너뜨렸다. 뮤직비디오 속 제니는 복잡하지 않았다. 부엉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신라시대 원화(元花)를 떠올리게 하는 금빛 의상을 입은 채, 흑과 백의 공간 속을 천천히 걸었다. 그 모습은 멋진 여성을 넘어, 자기 그림자마저 끌어안고 나아가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2025년, 제니는 다시 무대의 정중앙에 섰다. 그 무대는 코첼라였고, 이번엔 단 하나의 이름으로 기억됐다—JENNIE.

코첼라는 시작 전부터 제니로 뜨거웠다. 전년도 솔로 활동의 성공, ‘ZEN’의 상징성, 그리고 다양한 예능과 유튜브를 통해 보여준 꾸밈없는 일상 덕분에 팬들의 기대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그리고 제니는 그 모든 기대를 완벽히 뛰어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Like Jennie’ 무대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더 깊어진 감정선과 퍼포먼스로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켰고, 'K-POP이 아니라 JENNIE POP이다'라는 말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공연 전, 마음을 정리하고 중심을 잡기 위해 콜드플런지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하는 방식. 제니답고, 멋졌다.

공연 중간 팬들과의 짧은 소통,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 사랑해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번 코첼라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그날, 제니는 단순한 팝스타가 아니라 예술가, 단지 K-POP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세계 무대를 선도하는 이름이 되었다.

코첼라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니는 2025 멧 갈라(Met Gala)에서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2025 멧 갈라 주제는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 샤넬의 앰버서더로 참석한 제니는, 샤넬의 아이코닉한 요소를 반영한 오프숄더 블랙 드레스를 선보였다. 클래식하면서도 젠더리스한 분위기를 절묘하게 살렸다는 평가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올해 멧 갈라 최고의 룩 중 하나”라 극찬했고, 패션 전문가들은 제니가 단지 브랜드의 얼굴을 넘어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제니는 단지 K-POP 아티스트가 아니다. 단지 패션 아이콘도 아니다. 그녀는 ‘제니’라는 독립된 세계이며, 중심이 단단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많은 시선 속에서 살아왔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걷는 사람. DOWN NOW, 그 말은 세상에 하는 말이자,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주문이었다.

이제 그녀가 왜 ‘ZEN’을 발표했는지, 왜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했는지, 왜 콜드플런지를 하고 무대에 올랐는지,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변한 것이 아니라 더 정제된 방식으로 진짜 자신에게 도달하고 있었고, 자신의 예술과 영향력을 통해 시대와 대화하고 있었다.

신승호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 발행인

전 와디즈 CMO로서 크라우드 펀딩과 스타트업 투자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며, 쏘카 CMO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Daum 브랜드 마케팅 총괄, Mnet 편성PD로 콘텐츠 마케팅, 채널 아이덴티티티 전략 등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포지셔닝을 강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뉴미디어/커머스 사업총괄, 이머시브 테크기업 올림플래닛의 사업/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현재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의 발행인으로 메타버스, AI, XR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스마트워크와 내러티브를 탐구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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