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사를 복제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영국 공영방송 BBC가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상대로 무단 콘텐츠 사용과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저작권 다툼이 아닌, 생성형 AI 시대에 콘텐츠 사용의 윤리와 기준을 다시 정립하자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법적 분쟁으로 떠오른 ‘AI 뉴스 요약 서비스’
BBC는 지난 6월 20일(현지시각) 퍼플렉시티가 자사 콘텐츠를 “문자 그대로”(verbatim) 복제해 제공하고 있다며, △콘텐츠 사용 중단 △데이터 삭제 △금전적 보상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BBC 측은 “퍼플렉시티의 행위는 영국 내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BBC 약관에 명백히 반한다”며 “BBC 콘텐츠를 왜곡된 방식으로 요약하거나 출처 없이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AI 서비스는 BBC의 공신력을 해치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밝혔다.
퍼플렉시티의 반발… “기초 모델도 없이 조작적인 주장”
퍼플렉시티는 BBC에 보낸 입장문에서 “BBC는 기술과 인터넷, 지식재산권법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하고 있다”며, “BBC가 구글의 불법적 독점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를 희생양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오픈AI나 구글처럼 모델을 직접 훈련시키지 않으며, 기존 모델을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AI를 사용하는 언론, AI에 대응하는 언론
이 사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언론 역시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 초안 작성, 헤드라인 실험, 이미지 자동생성 등 다양한 편집 과정에서 AI는 이미 보조 도구가 아닌 필수 기술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언론은 자신들의 콘텐츠가 AI 모델에 무단 학습되거나 왜곡 요약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BBC는 퍼플렉시티를 포함한 AI 챗봇들이 robots.txt를 통해 접근이 차단된 콘텐츠를 무시하고 웹 크롤링을 진행한 정황을 지적하며, 현행 기술적 방어 수단의 한계도 지적했다.
생성형 AI 시대, 언론 생태계의 룰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번 사건은 BBC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뉴스코프(월스트리트저널·뉴욕포스트 모회사)는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지 기업 게티이미지(Getty Images),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 한국의 지상파 3사(KBS·MBC·SBS)도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으며 AI 기업에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미 뉴스 생산과 소비 구조를 바꾸고 있다. 문제는 ‘AI는 쓰면서, AI가 내 콘텐츠를 가져가면 불공정하다’는 단순한 피해자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AI 시대, 언론은 자사 콘텐츠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리고 AI가 콘텐츠를 쓸 수 있는 조건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마주하고 있다.
콘텐츠는 누구의 것인가, 학습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생성형 AI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이는 기존 미디어 질서의 지식 생산과 보상 구조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다. 따라서 언론계는 감정적 반발보다 표준화된 데이터 사용 계약, 합리적 보상 모델, AI와의 공존 방식에 대한 논의를 선도해야 할 시점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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