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전략적 투자를 등에 업은 로봇 플랫폼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이동형 양팔로봇 ‘RB-Y1’에 두 가지 핵심 기술을 새롭게 적용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메카넘 휠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는 AI 연구와 실증 테스트를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로봇 플랫폼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메카넘 휠 시스템으로 실내 환경 완전 정복
RB-Y1에 새롭게 적용된 메카넘 휠은 휠 가장자리에 대각선 방향으로 부착된 롤러들이 자유롭게 회전하며 앞뒤, 좌우, 대각선은 물론 제자리 회전까지 가능한 전방향 주행을 구현한다. 기존의 일반 휠이나 캐스터 휠과 달리, 방향 전환에 공간이 거의 필요 없어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기술은 특히 물류창고, 병원, 연구소처럼 공간이 제한적이거나 구조물이 많은 실내 환경에서 로봇이 제 역할을 하려면 필수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RB-Y1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협업하는 정밀 작업까지 가능하도록 한 단계 진화한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통합형 SDK로 AI 실험실을 한 손에
이번에 함께 공개된 통합형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는 라이다, 그리퍼 같은 다양한 외부 장치를 복잡한 코딩 없이 간단히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종의 연결 플랫폼이다. 덕분에 연구자는 로봇의 팔, 센서, 휠 등 다양한 부위를 직관적으로 설정하고 조작할 수 있다.
이 SDK는 ROS2(Robot Operating System 2)라는 국제 표준 로봇 운영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쉽게 말해, 연구자는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먼저 테스트를 진행한 후,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곧바로 실제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험의 효율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파이썬 기반 API도 함께 제공돼, 로봇 제어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도 단 몇 줄의 코드만으로 원하는 동작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허정우 CTO는 “RB-Y1은 단순한 로봇 하드웨어를 넘어서, AI 연구자들이 직접 실험하고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수행한다”며, “자신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플랫폼 구조는 지금까지의 연구용 로봇이 기구적인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완전히 흐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MIT·버클리도 선택…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 중
RB-Y1은 이미 MIT, UC 버클리, 워싱턴대, 조지아공과대학 등 세계적인 AI·로보틱스 연구기관에서 선주문을 마친 상태다. MIT 미디어랩의 한 관계자는 “RB-Y1은 지금까지 나온 로봇 중에서 가장 연구 친화적인 구조”라며, “실험 결과를 곧바로 실제 서비스 시나리오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확장성과 유연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제품 가격은 연구용 기준 약 8만 달러, 상업용 사양으로 확장할 경우 12만 달러대로 책정되어 있으며,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기술 지원과 서비스가 제공된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포석, 그 안에 RB-Y1이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 역시 CEO 직속 조직인 ‘퓨처 로보틱스 TF’를 신설하고, AI·모바일·가전 기술을 통합한 로봇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RB-Y1은 단지 연구용 로봇이 아니라, 향후 삼성의 IoT, 모바일 기기, 가전제품 등과 연결해 실제 서비스 로봇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갖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예컨대, 삼성의 냉장고나 TV를 관리하는 유지보수 로봇, 병원 내 물품 이송 로봇, 실내 배송 서비스까지도 실현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 로봇 스타트업, 글로벌 표준을 다시 쓰다
RB-Y1은 그저 스펙 좋은 로봇이 아니다. 이동성과 작업성 모두를 갖춘 ‘연구+산업용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표준화된 양팔 구조와 통합형 SDK가 결합된 이 플랫폼은 로봇을 제조사의 전유물에서 연구자의 실험 도구로, 다시 서비스 산업의 실무 도구로 전환시키는 중심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 발표가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한국 로봇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 방향을 제시하는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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